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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해지창』국내무대서 연내 첫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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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극단 세계로가 지난 89년부터 공연을 시도해왔던 『혈해지창』이 마침내 국내무대에 오르게됐다. 극단 세계로의 대표 이상화씨는 『문화체육부로부터 지난 17일자로 사실상 공연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극단 세계로는 문화체육부장관에게 낸 질의서 회답에서 『귀 극단에서 제작 공연코자하는 혈해지창은 공연 허가사항이 아니며 지난 4월 정부가 밝힌 예술 창작 소재개방화 방침에 따라 모든 공연은 원칙적으로 임의공연 할 수 있다』고 통보 받았다는 것. 『혈해지창』은 북한이 혁명가극 『피바다』를 만들 때 주로 참고했던 1930년대 창작된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이다. 지난 59년 중국 연변대학 조선문학부에 의해 처음 발견됐고 국내에는 90년 『문학사상』을 통해 원문이 소개됐다. 북한에서는 이를 59년 연변무대 초연 직후 곧바로 입수, 조선문학통사에 수록하며 작가 「까마귀」를 항일 전투원으로 바꾸고 제목도 『혈해』로 고쳤다.
또 69년에 영화로 만들며 『피바다』로 개칭했으며 71년 혁명가극으로 꾸미면서 김일성 소작으로 분식해 놓았다.
극단 세계로는 88년 공산권 작품공연의 해금을 계기로 작품을 입수, 국내공연을 시도했으나 공연윤리 심의회와 관계당국에 의해 공연이 금지돼 왔었다.
문화체육부는 지난 4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음악·무용·연극 등 공연물에 대한 창작소재를 완전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그 동안 관계기관과 후속조치를 협의해왔다.
23일 국무총리실 행정쇄신 위원회에서 이 안건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작곡가 윤이유, 월북시인 조명암씨의 작품 등과 함께 이들 작품의 공연이 사실상 해금된 것. 한편 『무정천리』『바다의 교향시』등을 작사한 조명암은 지난해부터 그의 이름이 직접 새겨진 음반 CD등이 출간돼 당국의 이번 결정이 뒤늦은 행정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극단 세계로의 이상화 대표는 『이 작품은 항일 독립운동 시기에 나온 사실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꼽을 수 있는데 북한에서 원작을 훼손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며 금년말로 예정된 국내 초연에서는 가능한 한 글자 하나 하나를 살려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일 것이란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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