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철강덤핑판정 이렇개 대응하자(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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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미 수출망 재정비 필요/고급망 생산등 품질경쟁으로 무역분규 대비
미 상무부가 한국산 판재류에 대해 부과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마진율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 영향은 어떠할까.
첫째,이번 최종판정의 전반적인 특징은 주요수출국인 일본·EC·캐나다·멕시코 등에 대한 고율의 마진판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예상되는 물량자율규제(VRA)·다자간 철강협정(MSA) 등의 새로운 철강교역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것이다. 특히 반덤핑 및 상계관세의 조사개시후 시종일관 비협조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타협안에 부정적이었던 일본과 EC에 엄청난 고율의 마진을 부과한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한국 철강업체에 부과된 마진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시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주요국가들의 마진과 비교해 볼때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 불행중 다행이다.
이번 최종판결 결과가 국산판재류의 미국수출에 미칠 영향을 지역별로 분석해 보자. 우선 서비지역의 경우 국산판재류의 절대적인 마진율은 미국내 철강업계와의 경쟁을 어렵게 하고 있으나 주요 경쟁국인 일본·캐나다의 마진율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한국의 마진율이 양호,수출전망을 밝게 해주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한편,미국 철강업체들은 반덤핑과 상계관세 제소이후 예비판정 결과에서 보듯이 전반적인 마진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측되자 판재류 제품가격을 상당폭 인상시켰고 바로 이러한 시장상황이 일부 품목에서는 미국 국내 철강업체와도 가격경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동부지역의 경우도 상황은 서부지역과 비슷하나 다만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의 거리차이로 인한 운임차이와 도금강판에 대한 독일의 마진율이 비교적 낮다는 점에서 서부지역보다는 국산판재류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가 있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은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미국의 시장상황과 반덤핑·상계관세를 감안한 대미수출정책을 수립,그에따라 수출판매경로 등을 재정비 해야 할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대외적으로는 VTR·MSA 등과 같은 협상창구에 동변상련의 처지인 EC·일본 등과 보조를 맞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미국정부의 무리한 조사절차가 부당한 마진율 산정부문에 있어서는 GATT나 미국 국제무역재판소(CIT)에 제소할 부분이 있는지도 세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내적으로는 94년 6월께로 예상되는 연례재심에 대비,예비마진의 분석과 그에 따른 가격정책,회계 및 원가시스팀의 정밀 분석이 수행돼야 한다. 또한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볼때 현재 수출되는 판재류 제품의 구조를 고급강쪽으로 이전,가격경쟁보다는 품질경쟁으로 반덤핑 및 상계관세 등의 국제무역 분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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