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고독형이 암에 잘 걸린다"-『암의 정신의학적 측면』심포지엄서 이철 교수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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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암에 걸린 사람들은 심리적으로도 불안하게 마련이다. 정신과에서는 불안이 단순히 환자의 정신과적 문제야기에 그치지 않고 치료효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며 생존율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암 환자는 『정신 심리적으로 굳은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며 그것이 쉽지 않을 때는 정신과적 치료를 같이 받게 함으로써 환자 병 치료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최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 정신신체의학 회 춘계 학술대회 「암의 정신의학적 측면」심포지엄에서 가톨릭 의대 이철 교수(강남 성모병원 신경정신과)는 『정신 심리적인 상태는 암의 발생·투병과정·치료효과·생존율 등에 걸쳐 폭넓게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2천20명을 17년간에 걸쳐 추적조사한 끝에 81년도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 우울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암에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아울러 협조적이고 인내심이 많고 유화적이며 자기주장이 적고 외부권위에 순종적이며 부정적 정서를 잘 드러내지 않는 고독형 사람들이 감정표현을 잘하고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암에 잘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또 심리적으로 우울하며 적응장애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암세포가 생기는 과정에서 인체가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작용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확인되는 등 암의 발생과정에서 심리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암과의 투병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에 없었던 정신과적 질환을 앓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로 적응장애·감정장애·인격장애·불안장애 등이 나타나는데 심한 경우 우 울이 지나쳐 자살로 이어지는 수도 있다는 것. 우울해지면 자기조절 능력을 잃고 무력감에 빠지고 죄책감에 젖어 자해 등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암 환자 정신장애의 원인은 암 자체가 뇌에 이상을 주는 경우와 영양불량 후유증·대사성 장애·화학요법제의 독성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암 자체나 항암제 치료 과정에서의 통증이나 불안은 우울을 유발하며 우울증은 통증의 강도를 높이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암과 싸우면서 정신과 치료를 함께 받으면 환자의 정신을 나약하게 만드는 우울증세가 개선됨은 물론 치료효과도 높인다는 것.
환자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을 마련해주고 교육·암시·상담 등의 정신심리 치료를 하면 평균 생존기간이 길어지고 우울과 불안이 적어짐은 물론 활동적이고 통증호소도 적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존기간도 크게 연장되는데 유방암 환자를 10년간 추적, 89년 발표한 외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 생존기간이 정신과 치료를 한 환자들은 34.8개월인데 비해 치료하지 않은 사람들은 18. 9개월로 거의 두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정신과 치료와 약물치료를 함께 받으면 진통효과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원활한 암 치료를 위해서는 암 환자의 정신과적 치료를 위한 정신종양 학이 확산되고 암 전문의사와 정신과 전문의사의 긴밀한 자문 체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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