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부 약사법규칙 전격개정/담당 간부들도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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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결재때 보고내용서 빠져/새 정부출범 이틀전 확정… 로비등 의혹
한·약분쟁과 관련,약사법시행규칙 개정경위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문제의 「약국의 재래식 한약장설치금지조항」이 보사부내에서 결재담당 간부들도 모르게 삭제된 사실이 자체조사결과 밝혀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3일 보사부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지난2월 약사법시행규칙 개정안 결재과정에서 주경식 기획관리실장과 박청부 전 차관 등은 약국의 한약장설치 금지조항이 삭제되는 사실을 모른채 결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결재서류에는 문제의 조항이 삭제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개정안 「주요골자」에서 빠져 있었으며 실무자들이 이 내용을 사전에 보고하거나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은채 결재서류에만 포함시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한의사들의 집단 반발과 한의대생들의 연대수업거부 및 집단유급사태로까지 이어진 중대사안을 결정하면서 절차를 소홀히 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개정과정에 대한 의혹을 함께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기획관리실장의 결재를 받았던 조사부 박무삼 약무정책과정은 『당시의 약사법시행규칙 개정은 약사의 무면허조제 판매행위에 대한 행정처분내용 완화와 약업사의 영업지역 확대 등이 주요사항으로 대두돼 이들 문제를 집중 논의했으며 재래식한약장 설치금지조항 삭제가 결재서류에서 주요골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그러나 문제조항이 약사법에 위배돼 사실상 사문화된데다 한약을 포함한 약의 조제는 약사의 고유권한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법령정비를 한다는 생각에서 한약장설치 금지조항을 삭제한 것이어서 결재권자들에게 중요사안으로 보고하지 않았을 뿐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의사협회측이 91년 11월에도 문제조항의 삭제계획 여부를 확인하는 등 문제의 조항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시해와 이 조항이 삭제될 경우 커다란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예상됐음에도 보사부 내부에서조차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특 히 안필준 전 장관이 퇴임하기 이틀전인 2월25일 개정안을 확정하는 등 정권교체기에 개정작업이 이루어져 로비설 등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또 보사부 관련 단체간의 이해가 엇갈린 문제를 손질하면서 충분한 협의나 설득,공청회 등의 절차도 거치치않은 것도 의혹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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