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특목고 벨트' 왜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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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엘리트 교육에 중점을 둔 교육 혁신에 나선 것은 획일화된 교육을 전면 수술하겠다는 취지다. 현재의 평준화 정책은 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약화시켜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현행 교육제도는 '공정한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튼튼한 공교육의 토대 위에서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엘리트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게 경기도의 논리다.

국가가 이런 저런 문제점을 들어 시도하지 못하는 교육혁신을 지자체가 먼저 추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경기도는 초.중.고교 학생수가 98만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기 때문에 이번 교육혁신 계획이 엘리트 교육의 확산 가능성을 점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안병영(安秉永)교육부총리도 공교육 기반 위에서 엘리트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 원리와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자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논란과 파장이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평준화 정책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학규(孫鶴圭)경기도지사는 "전반적인 교육환경 개선을 추진하는 동시에 우수한 학생에게는 우수한 교육을 받도록 해 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재양성이 목적=경기도의 교육 혁신은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등의 확대를 통한 우수 인재 양성이 핵심이다.

과학고의 경우 수원 경기과학고 외에 내년에 의정부 제2과학고가 설립되고, 2006년 이후에는 시흥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된다.

외국어고는 안양.과천.고양 등 기존 세 곳 외에 내년에 한국외대부속외고 등 네 곳이 문을 열 예정이며 이후 오산 등 다섯 곳에 추가 설립된다. 외국어고는 영어 전용학교로 운영된다.

또 앞으로 건설되는 신도시마다 최소 한 곳 이상의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하는 것도 다양한 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신도시 단지개발 이익으로 교육재단을 설립해 주민 참여형 학교를 만들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공교육 향상을 위해 완벽한 외국어 교육 환경을 갖춘 영어마을도 조성된다. 9월에 안산 영어마을이 처음으로 문을 여는 데 이어 2006년 3월에는 파주 영어마을이 개원한다. 이곳에서는 일주일 이상의 합숙을 통해 외국의 문화.생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테마별 교육이 실시된다.

◇문제는 없나=교육 혁신 방안은 대부분 실행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 파견돼 있는 교육청 소속 신익현 교육협력관은 "교육청과 협의 아래 추진되는 방안이어서 실행에 걸림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목고의 경우 교육감이 설립 인가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교육감이 결정하면 교육인적자원부의 승인 과정 없이 그대로 시행할 수 있다. 게다가 2010년까지 설립할 예정인 특목고들은 해당 시.군에서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교육감이 교육부에 추천하고 교육부가 최종 지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교육부총리도 엘리트 교육을 강조하고 있어 추진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평준화 교육을 주창하고 있는 전교조 등 교육단체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교육자치와 일반 자치가 분리돼 있어 필요한 재원 확보에도 다소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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