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10연패 「지옥 비행」|타선 "고장", 투수 비틀-‘총체적 추락’-사기 "바닥", 감독 불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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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독수리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시즌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빙그레는 16일 청주에서 벌어진 꼴찌 태평양과의 더블헤더에서 4-1, 5-4로 연패해 올 시즌 팀 최다 연패이자 창단 이후 최악의 기록인 10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같은 빙그레의 추락 원인은 무엇인가.
크게 주전들의 부상과 마운드의 와해, 흐트러진 팀웍과 감독에 대한 불신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빙그레는 현재 홈런왕 장종훈을 비롯, 타격왕 이정훈 및 강석천·이중화 등이 부상으로 출전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팀은 빙그레를 만만히 보고 에이스를 투입, 박제 독수리로 만들고 있다.
빙그레의 팀타율은 2할3푼4리로 8개 구단 중 7위에 처져있다. 타격의 침묵은 팀 전체의 사기 저하로 이어져 전체적인 슬럼프를 몰고 오는 첫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한용덕·송진우·장정순·정민철 등이 버티던 마운드도 타격 부진과 함께 삐걱거리면서 팀 방어율 3·92를 기록해 8개 구단 중 최하위로 전락했다.
에이스 한용덕 마저 12일 자신의 부주의로 손가락 부상을 당해 당분간 출전이 어렵게 돼 연패를 막아줄 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밖에 빙그레는 주전 선수를 포함, 총 14명의 선수가 방위 등 군복무 중이어서 전력이 약화돼 부진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일 대전구장 1루쪽 조명탑이 강풍에 무너져 홈 경기 일정을 청주에서 임시로 치르게됨에 따라 방위병인 정민철을 비롯, 전문 대타요원 임주택 등은 위수 지역을 벗어나지 못해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조명탑 보수 공사는 7월말께 끝날 예정이어서 빙그레 입장에선 홈 경기가 없어진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선수들의 체력 손실까지 겹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원인 속에 김영덕 감독에 대한 불신이 또다시 고개를 들어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롯데에 4승1패로 패권을 내줘 해임설이 나돈 김영덕 감독은 구단주의 배려로 계약 만료 기간인 올해까지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패배가 거듭되면서 김 감독은 선수들과 구단측으로부터 해묵은 책임론 등 불신을 받게됐다.
이같은 와중에서 때이른후 임 감독설까지 흘러나와 김 감독의 심기는 더욱 뒤틀려 있다. 이로 인해 신경질적인 작전이 패착을 거듭하게 했고 감독과 선수간은 묘한 냉기류가 형성되게 됐다.
김 감독은 지난 91년에도 재계약을 앞두고 8연패에 빠졌었다. 당시 야구계에선 「평생 감독설」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이 보이콧성 패배를 했다는 설이 분분했었다.
묘하게도 김 감독은 또다시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10연패를 당하고 있다. 빙그레로선 슬럼프 탈출 선결 조건으로 팀웍 정비가 시급하다. 그러나 91년엔 감독과 주장이 8연패 후 머리를 깎고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올해 빙그레는 그런 모습이 없다. 선수 따로 감독 따로 생각이 다르니 연패를 벗어날 묘책이 없는 것이다. <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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