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미지 광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모든 광고의 1차 목적은 제품의 판매다.
70년대 한일합섬의 광고로 처음 시작돼 현재는 보편화된 기업 PR광고도 기업이미지를 강조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제품판매가 목적이다.
그러나 지난 90년 삼성중공업이 처음 시도한 기업PR광고에는 모두들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기업PR광고라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일반소비자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중장비나 선박을 만드는 업체였고 또 중장비·선박을 구입하는 건설업체나 해운 사들을 소비자로 간주한다고 해도 30초 짜리 TV광고나 몇 편의 신문광고를 내보낸다고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거래가 좌지우지될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목적은 그러나 딴 데 있었다. 중공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으로 우수한 신입사원들을 뽑고 대내적으로 사원들이 사원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자는 것.
실제로 중공업은 고부가가치에 첨단기술을 요하는 산업임에도 불구, 그때까지 전자·반도체산업에 비해 낙후산업취급을 받았고「둔하고 우직하다」「위험하고 거칠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삼성중공업이「돈이 남아돌아 쓸데없는 짓 벌인다」는 주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PR광고를 강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로봇코끼리나 로봇 벌꿀을 등장시켜「기술이 힘으로 태어난다」「기술의 신비를 캔다」라는 슬로건을 각각 내걸었고 돌고래가 초고속 여객선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첨단 형상변형 기법을 이용해 나타내기도 했다.
그 결과 90년 대학생 취업선호도 조사에서 4·4%로 동종업계에서 꼴찌를 했던 삼성중공업은 l년 가까이 PR광고가 나간 이후 91년에는 6·6%로 선호도가 높아져 중공업계 l위를 차지하게 됐다.
전례가 없었던, 그래서 위험부담이 뒤따랐던 색다른 형태의 PR캠페인이었지만 삼성중공업은 이로 인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숙련기술자의 이탈 등 내부동요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효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