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상봉 … 리무진 55분 동승, 김정일 '파격 영접' 재현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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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월 28일 평양의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모습일까. 2000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와는 어떤 게 같고 어떤 게 다를까.

노 대통령이 어떻게 평양에 도착할지가 1차적 관심사다. 7년 전 DJ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편을 이용했다.

당시 DJ는 성남 서울공항을 이륙한 뒤 67분의 비행을 거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도, 육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8일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2000년 DJ 방북 때도 육로로 가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수많은 보도진이 북한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보는 점이 부담스러워 북한 측은 육로 대신 항공편으로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상회담 준비차 평양을 다녀온 김만복 국정원장이 육로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육로를 통한 노 대통령의 평양행 가능성이 주목된다.

두 정상의 상봉 장면은 남북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다.

2000년엔 보통 외교장관이 나서는 정상외교 공항의전 관행을 깨고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비행기 트랩 앞 영접에 나섰다. 또 순안공항 앞에서의 감동적인 악수 장면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게 리무진에 함께 탄 두 정상의 모습이었다. 당시 DJ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검은색 리무진 뒷좌석에 함께 올라타 DJ 숙소까지 55분을 함께 있었다. 하루 뒤 이 검은색 리무진은 시가로 2억원이 넘는 미국 포드사의 링컨 콘티넨털로 확인됐고, '링컨 콘티넨털 속 정상회담'은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16세 때 운전을 배워 한때 '스피드 광'이라고 불렸다. 또 수입차에 관심이 많다. 그가 이번엔 어떤 차를 노 대통령에게 내줄지, 파격적인 동승 장면이 재현될지도 관심사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남북 합동 경호팀의 모습을 7년 만에 또 볼 수 있다. 두 정상이 나타나는 곳마다 북한 호위총국 소속 경호원 6~7명과 우리 측 경호원 4~5명이 최근접 경호를 펼치게 된다.

노 대통령의 숙소와 정상회담장으론 평양시 대성구역 임흥동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이 유력하다. 북한의 대표적 국빈급 영빈관이다. 2000년 DJ도 이곳에서 묵었고, 정상회담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북한의 국회의사당인 만수대 의사당이 회담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으나, 김 위원장이 이곳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한다.

2000년 당시 DJ의 식사 메뉴였던 평양온반(닭고기 국물에 밥을 만 평양 전통음식)과 메추리 완자탕, 옥류관 냉면 등은 국내에 '음식 북풍 (北風)'을 유행시켰다. 이번 노 대통령의 식사 메뉴는 국내에 어떤 바람을 일으킬까.

7년 전엔 김정일 위원장의 술 실력도 화제가 됐다. 6월 14일 밤 남북 공동선언 서명뒤 김 위원장은 샴페인과 와인(샤토 라투르 1993년산)을 '원샷'으로 비웠다.

환갑을 넘긴(65세) 김 위원장의 술실력이 여전한지, '담배보다 술 끊는 게 어렵다'고 했던 공식 주량 소주 반 병의 노 대통령과 그가 어떻게 대작할지도 지켜볼 거리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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