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협 신용사업/전문화싸고 「영역」싸움(신경제 쟁점:5·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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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따로 분리하면 농민단체서 큰 반발/농수산/과당경쟁 등 부작용많아 정비바람직/재무부
기존 금융기관간의 울타리는 가급적 건드리지 않기로 한 재무부의 금융산업개편안은 금융의 「치외법권」 지역에 있는 농수축협의 신용사업부문과 체신예금에 대해서는 애초 매우 적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농수축협의 신용사업 부문은 전문금융기관화 시키고 체신예금은 「정비」해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금융의 논리로만 보면 더이상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커질대로 커진 두 부문을 관장하고 있는 농림수산부나 체신부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영역」에 직결되는 것이므로 금융의 논리에 귀를 기울일 처지가 아니다.
농수축협 3개 생산단체의 신용사업부문을 떼내 별도의 금융기관을 설립하는 문제는 격론끝에 「신용사업을 기타 사업부문과 분리해 독립사업부제로 운영하고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해 신용사업을 전문화할 수 있도록 조정·보강한다」는 것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이는 「어정쩡한 타협」이지 구체적인 결론이 아니다.
농림수산부는 그렇지 않아도 연초부터 3협의 개편방안을 검토해오고 있고 신용사업부문이 전문화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굴뚝 같으나 그렇다고 재무부가 금융산업개편의 차원에서 끼어드는 것은 달갑지가 않고 더구나 신용사업을 기타사업 부문으로부터 「분리」한다고 못박아 농민단체를 「자극」할 필요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농림수산부는 이미 허신행장관이 농촌경제연구원장으로 있던 지난 2월 연구원을 통해 3협의 개편방침을 밝힌바 있고 새 정부 출범이후 이같은 방침을 농협 등에 통보,한호선 농협회장과 농림수산부 고위관계자간에 서로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이는 「충돌」까지 빚었었다.
결국 누구나 다 3협의 신용사업부문이 전문회되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으나 전문화되는 과정에서의 「영역」을 놓고는 생산자단체와 정부 각 부처가 모두 다른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해당사자인 농수축협도 농촌의 좁은 금융시장을 두고 10개기관,1만1천여개의 영세한 금융점포가 얽히고 얽혀 과당경쟁을 벌이는 것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나 다만 3협의 신용사업부문의 규모는 이미 웬만한 금융기관을 넘어서고 있어 이들을 별도의 금융기관으로 통폐합하는 것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3협의 수신고를 모두 합치면 약 38조원에 이른다.
또한 3협은 이번 개편논의에 따른 위기의식에서 예방차원의 조직개편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농협의 경우 전국에 5개의 유통사업본부를 설치하는 등 유통사업을 강화하고 44개 특수조합을 품목별로 조합으로 바꿔나가며 단위조합을 현재의 1천3백여개에서 2001년까지 4백50∼5백여개로 통폐합하는 등의 조직개편안을 마련중이다.
현재 수신고가 약 5조원에 이르는 체신예금은 3협의 신용사업규모에 비하면 덩치가 작으나 체신부가 우정사업의 적자를 메우는 「효자」를 내놓을 수 없다고 완강히 버티고 있어 의견 조정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재무부 외에도 경제기획원은 체신예금을 모두 재정투융자 특별회계에 넣어 운용하라는 입장이고,농림수산부도 체신예금은 농촌의 자금을 서울로 역류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체신예금의 정비를 주장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체신부가 세불리한 입장에 처해있다.
결국 농수축협의 신용사업부문과 체신예금 문제는 금융산업개편 차원에서 거론되었지만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은 금융산업개편이 아닌 부처간 영역조정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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