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 초청 홍콩 여 지휘자 입윙시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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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모의 홍콩 여성 지휘자 입윙시(33)씨가 서울시립교향악단 초청으로 내한했다.
86년부터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섭씨는 중국이 자랑하는 지휘전공의 국제적 여성 음악인이다.
『음악에 관한 한 여성이라고 해서 남성과의 사이에 특별한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말문을 연 엽씨는 그러나『전통적으로 여성음악인의 절대수가 적었던 데다 기라성 같은 남성 마에스트로 들을 비집고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기는 몹시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향곡 등을 연주할 때 연주자들의 선입관까지 끼어 들어 여성의 가냘픈 몸매로는 장중한 음악적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섭씨는 수년 전 임신 7개월의 몸으로 지휘대에 올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2번 전 악장을 격정적으로 이끄는 등 당찬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지휘를 배우는 젊은 여성들이 괄목할 만하게 늘고 있고 또 전문 여성지휘자들이 각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어 여간 반갑지 않다고.
북경 중앙교향악단 수석 지휘자이기도 한 섭씨는 매년 중국전역과 대만·일본 등에서 연주회를 갖고 유럽과 미 주에 가장 빈번히 초청되는 동양 권 지휘자로도 꼽힌다.
작곡가·피아니스트인 양친이 중국 공산정권을 피해 홍콩으로 이주한 뒤 영국 왕립음악학교와 미국 인디애나 대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를 깊이 공부해 온 섭씨는『다채로운 표현력을 갖고 있는 오케스트라의 매력 때문에 하나의 악기를 연주하는 일 보다는 지휘를 선택했다』고 밝힌다.
엽씨는 11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울 시향 정기연주회에서 재미 비올라 연주자 안영희씨의 협연으로 바르토크의「비올라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 등을 지휘한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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