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음악 창작에도 한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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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컴퓨터·전자음악이 단순한 실험적 수준에서 벗어나 음악창작의 강력한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전자 기술공학에 힘입어 컴퓨터 음악은 온갖 악기의 소리는 물론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자연 그대로 복사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았던 음향까지도 변조·창조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독특한 위상을 인정방게 됐다.
원론적으로 말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리를 배열한 것이 음악이라면, 시간과 소리라는 물리적 현상을 컴퓨터가 정밀하고 자유롭게 계산해 내놓은 것이 바로 컴퓨터 전자음악.
컴퓨터로 디지틀화한 음악은 「음악은 천재성에서 비롯되는 신비로운 것」 「소리의 뒤에는 영혼이 있다」는 등의 종래 인식을 해체시키고 있다.
추상적으로 인식돼온 음악이 컴퓨터를 통해 악보는 물론 소리의 진동수까지 기호와 그래픽으로 표시됨으로써 신화의 껍질을 차츰 벗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음악인들 사이에서 단순히 연주기량에만 집착하다가는 정확하게 프로그램 된 컴퓨터 연주에 밀리고 말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위기감마저 일어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국내에서는 음대나 학원에서 컴퓨터·전자음악을 전공하거나 가르치는 곳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컴퓨터 음악프로그램을 정규과정으로 강의하고 있는 서우석교수(서울대·음악이론)는 『음악가가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은 문인이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컴퓨터는 기존의 음악에 대한 관념과 의식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기기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선 비교적 단순한 대중음악의 경우 많은 젊은 작곡자들이 컴퓨터에 연주와 편곡을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자연의 음향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실험음악과 무용 음악·영화음악 등에 컴퓨터음악이 이용되고 있다.
비록 본격적인 음악전공자들은 아니지만 PC통신을 통해 작품활동을 펴는 소규모 컴퓨터음악동호인 그룹들도 여럿 생겨났다. 「셈틀소리동호회」「미디 동호회」등이 그것. 한편 국내 음악창작인 10여명으로 구성돼 매년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전농회(회장 이인성)는 9일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7회 째 맞는 정기연주회를 통해 컴퓨터미디(MiDi: 악기와 컴퓨터를 디지틀 신호로 연결하는 기기)에 의해 제어되는 사물놀이 악기와 작품연주를 실연한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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