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개월 뒤 일정 2시간이 빈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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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의 일정은 미리 짜인다. 보안의 이유도 있지만 대통령이 어떤 자리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말을 하는지가 곧 국정 운영의 방향이기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새 장관도 임명해야 하고, 외교 관계도 구상해야 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취임 초라면 더더욱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이다.

하지만 그런 바쁜 일정일수록 '대통령의 휴식'이 중요하다고 역대 대통령 참모들은 말하고 있다.

후보들에게 '취임 3개월이 지난 어느 화요일 대통령의 일정 표에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공식.비공식 일정이 일절 잡혀 있지 않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하고 물었다.

'재충전형'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다.

박근혜 후보는 "청와대 뒤뜰을 거닐며 정국 구상을 하겠다"고 적었다. 조순형 후보는 "휴식을 취하겠다"고 했으며, 김혁규 후보는 "사색과 명상"을, 한나라당 홍준표 후보는 "아내와 경내 산책을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후보들도 "연극.영화 관람이나 가벼운 산행"(권영길), "산책"(심상정) 등의 답변을 했다. 교회 안수집사인 원희룡 후보는 "기도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숨가쁘게 보낸 3개월을 돌아보겠다는 '회고형' 답변도 있었다. 이명박 후보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3개월을 성찰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동영 후보는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고 3개월을 평가하겠다. 미래 계획을 점검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도 살펴보겠다"는 긴 답변을 했다.

'학구파' 후보들도 있다. 손학규 후보는 "국가 사회의 미래와 관련된 책과 자료를 읽고 생각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겠다"고, 이해찬 후보는 "정책과 관련한 책을 읽겠다"고 적었다.

외부 일정에 나서겠다는 '의욕파'도 나왔다.

한명숙.천정배 후보는 "민생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노회찬 후보는 "인터넷"이라고 적었다.

평가팀 정하용 경희대 교수는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는 대통령이 휴식이나 운동을 하며 머리를 식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자질평가팀>

◆대선 후보 평가 교수단=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하석 서울대 화학과 교수, 김학수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학장,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신유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정은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 이기수 고려대 법대 교수, 정하용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이상 가나다 순)

◆중앙일보 취재팀=정치부문 박승희.김성탁 기자, 이신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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