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권 수호 “힘겨루기”/악화일로 한·약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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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약국서 한약조제 부당” 고유영역 주장/한의/조제권은 엄연한 권한 집단행동 조짐/약사
한·약 두 단체간의 다툼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것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한약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차이에서 비롯됐다. 한의사들은 전통의학인 한약은 양약과 본질적으로 달라 그 처방과 조제를 약사에게 맡기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주장,약사의 한약조제를 금지해야 하며 한의학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약사들은 현행 약사법이 약의 조제권을 약사에게 부여하고 있으며 부칙에서의 의사와 한의사 등의 조제권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약사가 한약을 조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약사의 한약조제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취했던 보사부는 사태가 악화일로를 치닫자 이제는 입장표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보사부는 의약분업을 염두에 두고 약사법 개정 추진방침을 마련했으나 한의사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자 발표문에서 「관련단체의 전문영역이 상호 존중되도록」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등 현 사태만 우선 피하고 보자는 눈치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약사들이 약국 개점시간 단축을 결의하는 등 한약 조제권을 둘러싼 한의사와 약사들의 분쟁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극한 투쟁으로 악화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약사회는 7일 각 구분회별로 약국의 폐점시간을 앞당기기로 결의하면서 『보사부의 무정책,무소신을 개탄하며 약사의 한약조제권 침해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단체행동의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이에 맞서 한의사협회도 이날 약사법 시행규칙에서 삭제된 약국의 한약장 설치 금지조항을 즉각 원상 회복하고 약사들이 한약을 조제할 수 없도록 약사법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극한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거듭 강조,두 단체간의 분쟁은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분쟁은 2월23일 보사부가 약사법 시행규칙 11조의 「약국에는 재래식 한약장 이외의 약장을 두어 이를 청결히 관리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한데서 발단됐다. 모호한 규정이기는 하지만 해석상 약사의 한약제조를 제한하는 규정이 삭제됨으로써 한의사측의 영역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 한의사측의 반발을 샀다.
한의사회측은 『약사의 한약조제를 전면 허용하는 개악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약사회도 이에 맞서 일간지에 약의 조제는 약사의 고유권한이라는 광고를 내며 선전전으로 맞섰다.
분쟁은 국회로까지 비화돼 한의사협회가 약사법 개정 청원을 내자 약사회가 반대청원으로 맞서 5월13일 국회 보사위에서 공청회가 열렸으나 현행 약사법이 약사에게 한약의 조제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약사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은 부결됐다.
한의대생들의 집단유급이 초읽기에 몰리자 지난달 21일 보사부는 한방전담과 설치 등 한의학 발전방안을 내놓았으나 미봉책이라는 반발만 샀을뿐 수업거부를 푸는데 실피했다.<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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