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인사 승진기회 “활짝”/은행장선임 어떻게 달라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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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석전무가 승계… 50대 중반 발탁 한층 젊어져
외환은행도 5일 새 행장을 선임함으로써 은행장 자율선임시대가 활짝 열린다. 새 정부 출범 뒤 행장추천위원회에 의한 후보추천이라는 새로운 제도아래 정부의 별다른 간여없이 내부인사가 승진하는 새로운 관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일·서울신탁·외환·보람은행장 모두 내부에서 수석전무가 자연스럽게 행장 직무대행에서 행장으로 옮겨 앉았다. 안영모행장이 늦게 사표를 내는 바람에 후임행장 선임이 늦어진 동화은행도 현재로선 역시 내부인물인 송한청전무의 승진기용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석전무의 내부승진은 올 1월 명동지점 사건에 따른 후속인사로 행장을 선임한 상업은행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때만 해도 외부 인사가 여러명 거론됐으며 사실상 정부가 간여해 내부승진으로 방향을 틀었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이후 은행장 선임행태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물론 전임행장이 사정이나 다른 이유로 도중하차한데다 과거 금융계 인사를 좌우했던 인물들의 영향력이 퇴조한 점이 크게 작용했으리란 분석이다. 당국이 행장추천위 구성이나 후보선임 과정에서 상당히 간여하리란 우려와는 달리 재무부나 은감원은 이번 행장 선임에서 사전·사후 간여가 전혀 없었으며 해당 은행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는 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새로운 행장 선임행태를 반영해 은행장들의 나이가 젊어졌다. 그전 행장들은 50대 후반이나 60대가 많았는데 이번에 된 행장들은 대부분 56세로 평균 세상정도 젊어졌다. 따라서 보다 활기있는 은행 경영이 기대되지만,동시에 이들 신세대 행장이 책임경영 의식아래 잘해 줘야만 추천위 제도와 행장 자율선임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있다.
서울신탁은행 김영석행장이 두달이 넘게 행장직무대행을 했는데,허준 외환은행장은 지난 2월 감사에서 전무가 된이래 석달동안 두차례나 행장 직무대행을 맡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철수 제일은행장과 김영석행장은 서울대상대 선후배,허준행장과,김동재 보람은행장은 서울대법대 선후배사이다. 허 행장은 허정 전 내각수반의 외아들이며,신복영 한은부총재,허한도 은감원 부원장 등과 함께 지난 59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67년 외환은행 창립과 함께 옮겼다.
한편 이날 외환은행은 복수전무제를 유지하면서 김인조상무(56)를 전무로 선임했다.<심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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