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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뚱뚱한 사람이 발암확률 높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살찐 사람이 각종 심장병·뇌혈관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한때 부귀와 복의 상징이었던 「달덩이 같은 용모」는 미용상의 문제를 넘어「건강 적신호」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살을 빼려는 여러 가지 활동 자체가 최선의 건강책으로 되고 있다. 심지어 상당수 사람들에게서는 운동이 살을 빼는 한 방법으로만 인식될 정도다.
그런데 앞으로는 비만으로 말미암은 피해에 암을 하나 더 넣어야 할 것이다. 살찐 사람은 암에 걸릴 가능성도 정상인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과식하지 말아야>.
물론 체세포에 지방질이 많이 낀 현상인 비만 자체가 암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비만으로 가는 여러 과정들에서 또는 비만한 사람에게서 흔히 보이는 과식·지방질 과다섭취 등의 행태는 암을 일으키는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한 암협회 김진복 이사장(서울대 의대교수·일방외과)은 비만과 관련이 높은 암으로는 유방암·대장암·난소암·전립선암 등이 있으며 다른 여러 종류의 암 발생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 암 협회가 제정한 암 예방수칙에도 「이상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과식하지 말고 지방분을 적게 먹는다」는 내용이 들어있고 이를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참조> 김 이사장은 『유방암은 구미 선진국의 여성암 중 l위를 차지하고 여성들의 사망원인에서도 수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문제가 큰 질환인데 동물성지방 섭취량이 늘면서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 안윤옥 교수(예방의학)는 『신체내 성호르몬의 균형문제는 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고 소개했다. 호르몬 균형이 깨져 여성호르몬의 하나인 에스트로겐이 지나치게 많다든지 하면 여성에게는 유방암·난소암 등이, 남성에게는 전립선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비만한 사람은 신체 내에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아져 균형이 깨지고 그 결과 각종 암이 잘 생기는 조건이 형성되기 쉽다는 것이다.
비만여성이 많아 다이어트산업이 거대산업으로 성장해 있을 정도인 미국에서는 여성유방암이 에이즈 못지 않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포드 전 대통령 부인이 평소 지방질을 과식하다 유방암에 걸려 74년 오른쪽 유방을 절제한 사건이 가장 큰 계기였다. 이로 인해 비만·고지방식사의 위험성이 강조되어 다이어트와 에어로빅이 크게 붐을 이뤘고 조기유방암 검진을 위한 건강진단 시 유방조영검사를 의무화한 주가 많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최근 유방암 발생이 늘어 여성암중 세 번째로 많은 위치에 올라섰는데 이는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동물성지방 섭취가 늘고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서 발암물질로>
연세대의대 암센터 김병수 소장은 『동물성 지방은 인체에 필수적인 영양소임에 틀림없으나 장에 들어가 장내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발암물질을 만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물론 발암물질이 생겨도 어느 정도의 양에서는 인체가 저항할 수 있고 배설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지방을 과다하게 먹을 경우 발암물질도 대장암을 일으킬 정도로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동물상 지방을 많이 먹을수록 이를 소화시키는 효소가 많이 든 담즙의 분비도 많아지는데 이 담즙이 대장벽을 장기적으로 자극, 대장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평소 동물성 지방을 과다하게 먹어 비만해진 사람은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소장은 『정상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도 좋으나 육류탐식·대식습관을 버리고 적당하게 소식할 줄 아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지방섭취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평균치만 보면 아직 큰 문제는 없으나 육류과식을 예사로 하는 일부 비만자 층과 식생활의 서구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젊은 층에서는 문제가 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식물성지방 좋아>
이론상 지방질 섭취는 하루 섭취열량의 20%이하가 좋고 그것도 가급적이면 동물성 대신 식물성지방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세대의대 민진식 교수(일반외과) 는『동물성지방의 과다섭취를 피하면서 장운동을 촉진시켜 배설을 빠르게 하기 위해 신선한 채소를 비롯, 섬유질이 많이 든 음식을 골고루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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