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희석 경계하며 대화의지/정부,대북 절충안 답신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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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의 정상회담 특사제안 조건부로 수용/내달 북­미 고위접촉 봐가며 강온 결정
정부가 29일 대북서한에서 핵문제와 특사교환을 함께 논의하자는 해법을 내놓은 것은 북한측 제의를 일단 조건부로 수용한 것이라 볼수 있다.
즉 정부는 20일제의의 연장선상에서 핵문제가 남북한간에 걸려있는 최우선 현안이라는 기존의 정부입장을 재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남북한 정상회담 등을 논의하기위해 특사를 교환하자는 파격적 북측제의에 화답한것은 정부의 전향적인 대화의지를 함께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서한은 우선 핵문제 해결에 쏠려있지만 앞으로의 남북대화는 정상회담추진을 축으로 움직이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할수 있다.
말하자면 이는 김영삼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과 한 맥락을 꿰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번에 여덟차례에 걸친 고위급회담의 성과인 남북기본합의서·비핵화공동선언의 바탕위에 서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특사교환 수용은 새정부가 통일정책에 있어서도 기존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정부는 25일의 북한제의에 대해 시기·내용이 미묘해 진의파악에 골몰해왔다.
정부는 북측 제의가 6월12일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발효를 앞두고 핵문제에 숨을 돌려보려는 물타기의도가 깔려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북측이 우리측에 특사로 사실상 통일부총리를 「지명」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행간읽기에 적잖이 고심했다.
즉 북측 조평통에 다수의 부총리급이 있다는 점도 강성산총리가 서한에서 밝힌 「10대강령」상의 다무적 접촉을 성사시키려는 인상이었다는게 정부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대화제의를 통해 남북기본합의서·비핵화공동선언 등을 한꺼번에 사문화시킬 의도도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논의과정에서 북측이 김영삼대통령이 제안한 정상회담을 얼추 받아들였다는 점을 수용하는 측면과 이에 대응할 새 정부의 통일정책 차별화 부분에 적잖이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정부측 수정제의는 핵문제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를 경계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전향적 대화의지를 접목시킨 것이라는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차관급 실무접촉 일자를 북­미고위급 회담 뒤로 미룬 것은 그 결과에 따라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무튼 정부의 이번 제의로 「공」은 다시 북측으로 넘어가게 된 셈이다. 만약 다음달 2일의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이 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수용할 경우 그 후에 이뤄질 남북간의 차관급접촉은 핵문제의 수습이후를 내다보는 새로운 차원의 남북대화를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미접촉이 결렬될 경우 남북간의 접촉은 핵문제에 얽매여 데드라인인 6월12일까지 「핑퐁식 제의 공방」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북정책의 좌표는 따라서 6월초면 드러날 핵문제해결에 대한 북한측의 진의에 따라 완급과 강온의 수준이 결정되게 됐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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