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 방탄국회 호소도 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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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연맹 후원금 유용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온 민주당 김운용 의원이 9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겸직하고 있던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국기원장직도 내놨다.

金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저의 스포츠 외교활동과 관련해 많은 물의가 야기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이 같은 결심을 하게 됐다"면서 "사실 여부를 떠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준비해온 A4용지 한장 분량의 성명서를 낭독하는 동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회견장을 떠났다. 金의원은 최근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당내 중진들을 만나 거취문제를 상의했다고 한다.

지난 8일 임시국회가 막을 내리기 직전 당내 일부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임시국회를 열어 달라"고 호소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방탄국회에 대한 국민의 비난여론과 지탄에 부담을 느낀 지도부는 임시국회 소집에 반대했다.

한 의원은 金의원에게 "스포츠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공로는 모두가 인정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 순순히 검찰의 수사에 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의원 측은 17대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국구 의원이 의원직을 내놓기로 한 결정에 모두 포함돼 있다"며 사실상 정계은퇴 선언임을 밝혔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은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에서 준 자리가 아니므로 사퇴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金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비례대표 순위에 따라 이종성(李鍾成.56) ㈜아스날 회장이 승계했다.

박신홍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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