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민권운동 지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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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흑인은 미국전체 2억5천만 인구의 12%인 3천만명을 차지하는 미국 내 최대 소수민족이다. 흑인의 권익보호와 지위향상을 목표로 구성된 단체들 가운데 가장 연륜이 오래고 규모가 큰 조직이 바로 유색인종지위향상협의회(NAACP)다. 최근 NAACP 사무총장으로 벤저민 체이비스(45)가 취임, 흑인문제의 해결방안을 추진할 적격의 인물로 흑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체이비스 사무총장은 4월9일 취임후 볼티모어에서 로스앤젤레스·위싱턴·디트로이트·뉴욕을 순회하면서 의회지도자·시민운동가·흑인기독교지도자 그리고 연금으로 생활하는 흑인여성, 심지어 흑인 갱들과도 만나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등 활발한 활동을 펴「적시에 나온 적격의 지도자」라는 칭송을 들었다.
체이비스가 이처럼 기대와 칭송을 받고 있는 원인은 그의 독특한 활동방식 때문이다.
그는 문제 현장에서 흑인들과 몸을 부딪치면서 사태해결을 추구하는 철저한 현장주의자다.
실제로 그의 이같은 체질은 지난번 로드니 킹 구타경관의 연방민권법원 평결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재판기간동안 그는 줄곧 로스앤젤레스 남부의 퇴락한 와츠 지역 서민주택단지에 머무르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봤다.
체이비스의 행동파적 성향은 12세때 NAACP 단위조직에 소속돼 활동해오면서 또 71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에서 학교에서의 흑인차별철폐에 반대하는 백인소유점포에 화염병을 던져 4년간 옥고를 치르면서 다져졌다. 그러나 이같은 성향과 대조적으로 그는 박사 학위를 소지한 이론화학자이기도 하다. 특히 NAACP 사무총장 경선 과정에서 유명한 제시 잭슨 목사가 체이비스의 전국적인 인기와 지명도에 실망, 투표직전 사퇴했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NAACP 사상 최연소사무총장인 그가 85년 역사를 자랑하는 회원 50만명의 이 거대기구를 무리 없이 관리·인도할 수 있을까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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