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어린이 수난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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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라틴아메리카의 어린이들이 실종되거나 부모들에 의해 버려지는 수난을 겪고 있다.
「어린이 수난」이 극심한 대표적인 국가는 온두라스와 파라과이. 중남미 국가치고는 비교적 소규모 국가인 이들 나라의 어린이들이 가난을 피해보려는 부모들로부터 버림받는 천대를 받고 있다. 또 전문 어린이 밀수꾼들에 의해 납치되는 일도 다반사다.
어린이「밀수출」을 위한「블랙시장」이 성행하고 있다. 버려지거나 납치된 어린이들은 블랙시장을 통해 미국등 선진국의 자식이 없는 부유층 부부들에게 입양된다. 어린이 한명 당 밀수출 가격은 적게는 약 5천 달러에서 많게는 약3만 달러.
엄청난 돈벌이에 밀수꾼들은 버려진 어린이 구하기에 혈안이 돼있고 부모들은 가난에 못 이겨 버린 자식들이 부유 가정에 입양돼 더 나은 생활을 하기 바라는「.빗나간 부모정」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인 부유층 가정이 해외에서 입양한 어린이 수는 지난 5년간 매년 8천여명 정도. 온두라스주재 미대사관에 따르면 이중 5.6%인 4백50여명이 온두라스 어린이들이다. 그러나 이는 합법적인 해외입양에 따른 어린이 수이고 블랙시장을 통한 불법입양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관계당국은 보고 있다.
파라과이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돈 좀 있어 보이는 외국여행객이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호화호텔에 들어가면 호텔종업원이 느닷없이 묻는다.『요람을 찾으십니까』라고.
그러면 이 여행객은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나 호텔로비 안이 유모차를 가진 외국인 부부들로 가득 차고 우유병을 든 종업원들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보고 쉽사리 이해한다. 종업원들이 입양을 알선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온두라스와 더불어 파라과이 역시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양자를 구할수 있는 주요 센터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양자를 원하는 외국인 부부들은 나중에 생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다시 찾아 나설 것을 우려해 버려진 어린이들을 선호한다.
따라서 불법 밀거래가 더욱 활기를 띰은 물론이다. 2년 전만 해도 파라과이 수사당국은 법원의 행정요원·간호사·정부관리·판사들까지 관련된 대규모 어린이 불법거래조직을 일망타진하기도 했다. 또 지난 1월에는 밀매조직이 아순시온공항에서 이스라엘인 부부에게 돈을 받고 어린이를 넘겨주려다 검거되기도 했다. <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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