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진도 보도진 추궁에 “물증확보”시인/슬롯머신 배후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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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기절제 못하는 검사는 과감히 떠날때”
○…슬롯머신업계의 대부 정덕진씨의 검찰내부 비호세력을 수사중인 대검중수부는 24일밤 정씨 형제들에 대한 철야조사결과 이건개대전고검장의 비리에 대해 상당부분 구체적인 진술과 물증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25일 오전 브리핑때는 『아직 진술취합이 안됐다』 『참고인 진술을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등으로 사실확인을 미뤄 검찰이 이번 사건에 극도로 조심하고 있음을 반영.
수사결과를 발표한 홍경식대검공보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 확정적인 사실은 공표할 단계가 아니다』며 수사진전 사항을 얘기하기를 꺼리다가 기자들이 집요하게 추궁하자 『덕일씨가 이 고검장에게 전달한 금품의 액수,전달시기 등을 진술했으며 구체적인 물증도 일부 확보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 말할 수는 없다』며 마지못해 이 고검장에 대한 범죄입증 사실을 시인.
○…이건개대전고검장의 거액수뢰설이 보도된데 이어 부장검사급 1∼2명도 슬롯머신업자들로부터 상납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 일각에서는 『이제 철저한 자기절제에 자신이 없는 검찰인사들은 과감히 검찰을 떠나야할 때가 왔다』고 진단.
대검의 중견급 검사들은 『검찰의 부끄러운 점이 없어야 철저한 사정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전제,『자녀들을 과외시키고 부인에게 좋은 승용차를 사주고 싶은 사람은 검찰을 떠나 변호사를 개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일침.
○…슬롯머신 수사의 초점이 검찰내 비호세력으로 옮겨가면서 이를 떠맡은 대검중수부가 분주해지자 반대로 그동안 영일없이 수사에 파묻혔던 서울지검은 잠시 일손을 놓고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
수사가 착수된뒤 한달동안 철야 근무,새벽출근 등 강행군을 계속했던 강력부 검사와 직원들은 25일 실로 오래간만에 오전 9시에 정시 출근하는 기쁨을 만끽.
그러나 서울지검 관계자는 『대검의 검찰내 비호세력 수사가 끝나자마자 정계·언론계 등의 비호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될 예정』이라며 『최근 서울지검의 분위기는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같은 것』이라고 말해 슬롯머신 비호세력 수사 재개로 서울지검이 곧 다시 바빠질 것임을 시사.
○…24일 오전까지 대전고검에 출근하지 않아 갖가지 추측을 샀던 이 고검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개인적인 일로 출근을 늦게 한 것일 뿐이다. 정덕진과는 일면식도 없고 돈을 받은 사실도 물론 없다』고 주장.
이 고검장은 『계좌추적을 해도 나올게 없을 것』이라며 『피의자의 진술만을 믿고 엉뚱한 사람을 범죄로 몰 수 있는 거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
○…대검중수부는 24일 내부 비호세력에 대한 본격수사에 나서며 동화은행 비자금 수사·군인사비리 수사때와 마찬가지로 대검청사 12층 중수부에 기자들의 출입을 막고 엘리베이터를 서지않게 하는 등 「보안통제」를 시작.
그러나 동화은행 등의 수사때는 중수 2∼4과만 출입을 통제하고 실질적인 수사를 하지않는 중수1과·과학수사지도과에는 출입이 가능했으나 이번에는 12층 전체층을 완전히 닫아걸어 검찰이 과거 어떤 수사때보다도 보안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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