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신세계 삼성주 매각/삼성떠나 홀로서기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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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적교류중단·상호지보축소 진행/출자한도·여신규제 등 문제점 남아
신세계백화점은 20일 그동안 보유해온 호텔신라주식 50만9천주,삼성전자 주식 89만1천주를 증시를 통해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한솔제지의 이인희고문도 15일 호텔신라주식 1백10만주를 증시를 통해 매각했다. 지난 91년 11월6일 두회사의 분리선언 이후 꾸준히 진행돼오던 삼성그룹과의 분리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은 가능한 빨리 분리작업을 마무리하고 계열사 분리신청을 주거래은행에 제출한다는 입장에서는 똑같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분리독립 작업은 크게 인적교류의 중단,상호지급보증의 축소,출자지분의 정리 등 세가지로 진행돼 왔다. 삼성그룹과 두회사와의 인적교류는 지난 92년부터 신입사원의 분리채용과 상호인사교류 중단 등으로 사실상 완전히 분리 운영돼 왔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것은 상호지보 축소와 출자지분의 정리라는 법적인 분리절차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호지보도 신세계의 경우 91년 3천1백76억원에 이르던 상호채무보증 규모를 지난해 6월로 완전 해소했고 한솔제지와 삼성그룹의 상호지보도 91년 8천억원에서 지금은 2천3백7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한솔제지는 『앞으로도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의 상환을 통해 꾸준히 낮추게 돼 현재 상호지보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남은게 상호 출자지분의 축소인데 삼성계열사들은 이미 그동안 갖고 있던 신세계백화점과 한솔제지의 주식을 증시를 통해 대부분 매각했다.
따라서 신세계와 한솔제지가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마지막 관심인데 이번 증시공시는 이 부문이 가속화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지분매각은 꾸준히 이어졌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11월 삼성중공업 주식 36만주를 장외거래를 통해 이미 매각했고 이달들어서도 삼성항공의 주식 12만7천주를 내다팔았다. 최근 이같은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이 다소 호전되면서 주식을 어느정도 제값받고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남은 문제는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삼성생명의 14.5%인 2백70만주,삼성신용카드 8.6% 1백20여만주,삼성중공업 1.5% 23만7천주)인데 신세계는 『삼성생명의 자산재평가 등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빠른 시일내 정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되도록 빨리 분리작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정거래법상 출자한도와 여신규제에 따른 자구노력 등 몇가지 애로점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4제지공장의 건설 등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한솔제지와 현재 8천억규모의 매출을 2000년까지 5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신세계의 성장전략은 삼성과의 분리독립을 전제로 하고 있어 주식시장의 호조에 맞물려 앞으로 두회사의 삼성과의 분리독립은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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