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동아시아의 시대”/미 유력언론들 전망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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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축 이동중”/중국 등 지속적 고도 성장/25년내 GNP 미의 두배/“변수많아 숫자놀음 불과” 부정론도
2020년께는 동아시아가 세계경제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측이 미 주요언론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뉴욕 타임스·월 스트리트 저널 등 여론주도지들은 최근 특히 대중국 최혜국대우연장문제를 계기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는 중국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EC 곧 앞질러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아시아의 세기가 닥친다는 신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제목으로 힘의 축이 동아시아로 옮겨가는 추세를 다루기도 했다.
홍콩 경제정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오리어 수석연구원은 일본을 비롯,한국·중국·대만·태국·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국가들의 경제력이 96년에는 북미를 능가할 것이며 일본을 제외하더라도 2018년에는 북미를,2022년에는 유럽공동체(EC)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내놓았다.
호주의 경제학자인 구스후크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국가들이 2050년에 세계경제의 57%를 차지할 것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소속 24개선진국들은 12%밖에 차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90년 OECD의 세계경제 점유율은 74%,아시아국은 9%에 불과했다.
○인적자원 큰힘
이같은 예측은 유럽과 미국경제의 상대적 후퇴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국들의 지속적 고도성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인구는 세계인구의 절반인 30억명으로 북미의 10배,유럽의 6배에 이르고 있어 가공할만한 인력자원까지 갖고 있다. 인력자원은 과거 경제성장의 짐이었으나 요즘엔 생산자원으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소득은 뒤져도 앞으로 총생산면에서 아시아를 따라올 지역이나 국가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미 상대적 퇴보
아시아지역의 이러한 경제력이 조만간 세계 권력의 축을 미국으로부터 아시아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지요 싱가포르문공부장관은 지난 2월 스위스의 한 모임에서 『앞으로 25년안에 동아시아의 GNP가 유럽전체보다 크고 미국의 2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동아시아의 르네상스는 세계의 문화와 인식을 바꾸어놓게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인권문제·환경문제·자원 분배문제 등이 지금까지는 미국의 잣대에 의해 결정되고 수입규제·제재 등 무역부문도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동아시아의 의견이 중시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이 숫자놀음에 의한 낙관적 분석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국제정치변화
경제성장의 추세에 의해 장기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이 다시 경제회복을 이룩할 수도 있고 중국이 정치문제에 걸려 뒷걸음칠 수도 있다는 가정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예측이 미국이나 유럽의 기술력·자본능력을 도외시한 분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국들을 단합된 하나의 세력으로 가정해 전망하는 것도 사리에 벗어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스스로를 초강대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국가간의 경쟁과 견제가 극심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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