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의원에 5억 줬다”/정덕일씨 어제 검찰에 자진출두 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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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 의원 내일소환… 정씨 불구속 방침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53·구속) 비호세력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강력부는 20일 정씨의 동생 덕일씨(44·뉴스타호텔사장)를 검찰로 소환,철야 조사한 결과 국민당 박철언의원(53)에게 5억원을 건네줬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박 의원을 21일중 검찰로 소환,조사한뒤 혐의사실이 확인되는대로 알선수재 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혐의로 구속할 방침이다.<관계기사 5,23면>
검찰은 19일 오후11시쯤 덕일씨를 자진출두 형식으로 소환해 박 의원과의 금품거래혐의에 대해 집중추궁,『90년 10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 홍모여인(42) 집에서 박 의원을 만나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하며 헌수표로 5억원을 건네줬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은 또 정씨형제가 슬롯머신업소 등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정·관계인사들을 접촉하며 로비활동을 전담해온 덕일씨가 출두함에 따라 박 의원 이외의 인사들에 대한 뇌물거래혐의를 추궁중이다.
검찰은 또 그동안 내사결과 슬롯머신업소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뇌물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 및 안기부·검찰·경찰 등 수사기관내의 비호세력에 대해서도 조사키로 했다.
그러나 검찰은 덕일씨가 검찰에 출두한뒤 20일 오전까지 출두사실을 감춘데다 『거액의 탈세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히며 출국금지조치까지 했던 덕일씨를 불구속입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정씨일가 측근을 통해 자진출두를 권유하면서 검찰조직내의 비호세력에 대해서는 묵인하고 박 의원 등 정치권과의 뇌물수수혐의만을 진술토록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특히 20일 해외도피를 기도하다 김포공항에서 연행된 전청와대파견 신길룡경정(57)이 『정씨일가가 검사장급 및 부장검사급 검찰고위간부들과 금품거래를 하며 비호세력으로 활용해왔다』고 폭로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조직내의 비호세력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사건수사를 축소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검찰은 21일 오전까지 덕일씨를 조사한뒤 박 의원을 소환,뇌물수수혐의를 추궁키로 하는 한편 박 의원이 혐의사실을 부인할 경우 홍씨를 재소환해 덕일씨 등과 3자 대질신문을 벌이기로 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박 의원의 실·가명 예금계좌에 대한 자금추적을 통해 물증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덕일씨의 지시로 돈세탁을 한 주변인물 등에 대한 보강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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