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D-17 … 키워드는 '조직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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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표는 현장에"

"표는 현장에 있다. 모두 지역에 내려가서 뛰어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요즘 수시로 하는 얘기다. 캠프의 좌장 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매일 아침 캠프 회의 때마다 지역구로 가라는 '하방(下放)' 지시를 내린다.

오죽하면 후보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도 지역구(대구 수성을)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1일에도 1박2일 일정으로 대구를 찾았다. 미디어홍보본부장인 차명진(부천 소사) 의원은 좀처럼 캠프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공중전은 캠프에서 잘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지역을 뛴다는 것이다. 경기 시흥갑의 당협위원장(옛 지구당위원장)인 박영규 공보특보는 '아침에 캠프, 오후에 지역구'라는 활동 원칙을 지키고 있다. 박 특보는 "열심히 전화하고 설득했더니 대의원 지지율이 80%대로 올라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덕택인지 이 후보 캠프는 조직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원장인 이방호 의원은 "우리 쪽 당협위원장이 135명, 저쪽이 95명"이라고 주장했다. 중립 성향의 의원을 끌어오는 노력도 병행 중이다. "이상득 부의장이 누구를 만났다더라"하는 얘기가 캠프 안팎에서 나온다.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도 수도권의 수성에 가세했다.

이 후보 캠프는 이런 기세를 타고 '대세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당협위원장에 대한 독려도 거세지고 있다. 캠프에선 매주 당협별로 대의원.당원 상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일종의 성적표다. 지난달 30일 실시된 조사에선 이상득(포항 남-울릉) 국회부의장과 이방호(사천) 의원이 지지율 90%대로 선두 그룹을 차지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10위권 바깥이었다가 7위로 뛰어올랐다고 한다. 이 후보나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성적이 부진한 위원장을 직접 독려한다.

조직 말단에선 여성과 2030(20~30대 연령층) 활동 요원 등 핵심 지지층이 선거인단을 '올코트 프레싱'(전면 압박)방식으로 공략하고 있다. 국민선거인단 명단도 파악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한 번이라도 전화를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르다"고 전했다.

고정애 기자

박근혜 "안방 챙겨라"

박근혜 후보는 지난달 31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은 자기 지역부터 먼저 챙겨 달라. 안방이 무너지는 경우가 없도록 신경쓰라"고 당부했다. 여론조사와 달리 경선은 18만여 명의 선거인단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의 승부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지역 조직 장악에 매진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지역 선거인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230명의 당협위원장(구 지구당위원장)이다. 최경환 캠프 상황실장은 1일 "이 후보 측은 자기들이 당협위원장을 더 많이 포섭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102대102로 백중세로 본다"며 "나머지 중립지대의 위원장을 붙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은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영남권.충청권의 민심이 수도권으로 전파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성헌 조직총괄단장은 "영남권.충청권의 박 후보 지지자들이 친분이 있는 수도권 선거인단에 설득 전화를 거는 '연고 전화 전략'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단장은 "이 후보 측이 당협위원장 위주의 '고공전'이라면 우리는 바닥 민심을 움직이는 '백병전'"이라고 말했다. 또 선거인단의 마음을 휘어잡는 데는 박 후보와의 대면접촉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고 판단해 후보가 직접 열세지역인 수도권의 대의원.당원을 만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서청원 고문, 김무성.허태열 의원 등도 당협위원장 및 선거인단을 포섭하기 위해 막후에서 이 후보 측과 혈투를 벌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캠프 소속인 구상찬 서울 강서갑 당협위원장은 "지역의 여성조직원 1명당 7~8명 정도의 선거인단을 할당해 경선 때까지 계속 연락을 취하도록 했다"며 "현재 3.5:6.5로 열세인 서울에서 4.5:5.5로만 따라가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 측은 "이 후보 측이 곳곳에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 후보도 캠프 회의 때 "돈 선거 얘기가 들리는데 클린 선거를 위해 감시를 잘하자. 근절은 어렵더라도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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