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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씨 부관 출신의 「9·9인맥」/엄삼탁병무청장 누구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경환씨와 고교동창 5공부터 “순풍”/안기부 간부시절 조직폭력배와 연계설
슬롯머신계 대부 정덕진씨 수사가 시작되면서부터 비호세력으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다 끝내 사법처리를 당하게 된 엄삼탁병무청장은 어떤 인물인가.
그를 사귄 지인들에게 「두주불사 술실력에 트롯 메들리를 불러제끼는 의리의 돌쇠」로 평가되는가 하면 「변신에 능한 엄사바사바」로 혹평되기도 하나 그가 유도·태권도·합기도에 능통한 만능 스포츠맨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경북 달성군 출신인 엄씨는 대구 능인고 시절 「황소를 몇마리나 상으로 받았다」는 정통 씨름선수출신으로 경북대 사대에 진학한뒤 65년 ROTC 3기로 소위에 임관,군에 투신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파월연대장시절 부관으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이래 9공수여단 창설때 다시 노 여단장 휘하의 인사참모를 맡아 소위 「9·9인맥」으로 분류되면서 상관 모시기에 몸을 아끼지 않는 「노태우맨」으로 소문나 있다.
5공 시절에는 고교동창이자 씨름선수 출신 전경환씨와의 인연으로,6공시절에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잘 나가던」 엄씨는 3군사령부 감찰감을 거쳐 87년 1월 동기생중 선두로 장성에 진급,국군체육부대장에 보임됐고 이때 체육계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갖게 됐다고 전해진다. 엄씨는 89년 8월 동기생중 선두로 소장에 진급한뒤 사단장 보임이 좌절되자 안기부장 국방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90년 3월 예편과 함께 안기부 기조실장에 임명됐다.
엄씨는 현직 안기부 간부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92년 6월 한국민속씨름협회장직에 취임,대외활동을 시작했으며 이에 앞서 씨름협회 전임회장단이었던 이강환·최창식씨 등이 범죄와의 전쟁중 검찰에 의해 부산 칠성파 및 수원파 수괴혐의로 잇따라 구속되면서 씨름판과의 인연탓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엄씨는 호청련 총재 이승완씨와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에 대한 수사가 한창일때 서울지검에 자신의 직속부하를 파견,수사진행상황을 챙긴 탓으로 검찰을 담당하는 안기부 공식라인과 마찰을 빚기도 해 검찰내부에서는 『안기부가 정치폭력배를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었다.
안기부 관계자는 『거한인 그의 호방한 운동선수·군인기질은 대외활동에 있어 폭넓은 교제의 밑거름이 됐지만 이 과정에서 옥석을 가리자 않는 대인접촉 스타일은 「청탁을 거절 못하는 사람」이란 소문으로 잦은 물의의 발단이 됐다』고 전하고 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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