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치안감 1억 수뢰…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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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지검 강력부는 13일 정덕진씨 (53) 배후 세력 수사와 관련, 경찰청 치안감 천기호씨 (58)가 슬롯머신 업소 허가를 내준 대가로 월 3백만원씩 1억5백만원의 뇌물을 받는 등 모두 1억1천만원의 금품을 챙겨온 사실을 밝혀내고 천씨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청와대 민정 비서실 파견 신길룡 경정과 부산 해운대 경찰서 손정희 경정 등 경찰 중간 간부 8명에 대한 경찰 자체 감사와 관련, 이들의 비위 사실이 통보되는 대로 오락실 업소 유착 경찰에 대한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검찰은 천씨가 이틀째 철야 조사에서도 『뇌물을 준 박충희씨 (53)는 모른다』며 오락실 지분 소유 및 금품 수수 혐의를 모두 부인했으나 천씨의 형을 조사한 결과 『동생으로부터 「박씨가 입금시킨 돈을 투자금에 대한 이익금으로 형이 받은 것으로 거짓 진술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리버사이드 호텔 및 홀리데이 이태원 호텔 슬롯머신 실질적 운영자 박충희씨를 조사, 88년 당시 서울 시경 3부장 (형사·보안)이던 천씨에게 홀리데이 이태원 호텔 오락실 (명의상 대표 최갑용) 허가 대가로 88년10월부터 91년9월까지 월 3백만원씩 모두 1억5백만원을 천씨의 형 명의의 통장에 입금시켜온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또 박씨가 리버사이드 호텔 오락실 (명의상 대표 유병섭)을 운영하면서 천씨에게 88년9월부터 92년11월까지 잘 돌보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5백만원을 건네준 사실도 확인하고 박씨를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천씨의 형과 박씨를 대질 신문한 결과 이들이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등 천씨 형제의 뇌물 수수 부인 진술이 허위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천씨가 리버사이드 호텔 오락실 슬롯머신이 23대에서 40대로 늘어난 86년 당시 서울 강남 경찰 서장으로 재직한데다 오락실 단속 업무를 관장하는 시경 3부장 재직시 업소 지분을 갖는 등 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점에 비추어 슬롯머신계 대부 정덕진씨의 배후 세력으로 업소의 인허가·경신에 부당한 압력과 로비를 해왔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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