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기증 릴레이 계속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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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만성신부전증으로 사경을 헤매던 딸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콩팥을 기증 받아 목숨을 구했으니 나도 딸이 입은 은혜를 갚기위해 신장을 기증하게 됐읍니다. 이를 계기로 신부전증 환자들을 위한 신장기증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신부전증을 앓는 딸이 콩팥을 기증 받아 생명을 구하자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보은의 콩팥을 기증한 아름다운 신장기증 릴레이가 벌어져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개인택시 기사인 李모(55.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씨. 李씨는 8일 오전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10년 동안 신부전증으로 고생을 하는 崔모(40.전남 영광군)씨에게 콩팥을 주기 위해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에 앞서 李씨는 "딸이 생명을 구했듯 崔씨도 새로운 삶을 찾아 좋은 일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콩팥을 기증 받은 崔씨도 "반드시 건강을 되찾아 나같은 병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신장기증 릴레이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李씨가 콩팥 기증을 장기기증운동본부 전북지부에 등록한 것은 지난해 11월 초. 李씨와 그 가족들은 3년째 신부전증을 앓는 딸(32.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에게 콩팥을 주려고 했으나 모두 혈액형 등 이식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그런데 딸이 신부전증으로 고생을 한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자 이를 우연히 들은 주부 金모(42.경북 구미시)씨가 지난해 9월 선뜻 콩팥을 기증하고 나섰다.

두 달여 동안 金씨의 콩팥이 딸 이씨에게 혈액형 등 모든 조건이 맞는지 검사를 한 결과 적합 판정을 받았다. 딸 이씨와 金씨는 7일 전북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이다. 이 기쁨에 아버지 李씨는 딸에게 주지 못했던 콩팥을 신부전증으로 고생을 하는 환자들을 위해 기증한 것이다.

이씨에게 콩팥을 줘 사랑의 장기기증 릴레이 촉발시킨 金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만학도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각오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金씨의 첫 사회봉사인 이번 장기기증은 꺼져가는 두 명의 생명을 살리게 됐다.

대학생 아들 둘을 둔 김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배우다 보니 불우이웃을 등한시 했던 지금까지의 삶이 부끄러웠다"며 "신장기증을 계기로 그동안 불우이웃을 돕는데 말만 앞세우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삶을 반성하고 남과 더불어 살겠다"고 말했다.

양승원 장기기증운동 전북지부 사무국장은 "순수한 마음으로 장기를 기증한 김.이씨의 희생정신이 죽음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이 활발하게 살아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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