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축소 발표 의혹/깊어가는 「명단공개」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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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누락된 천8백여명 공개” 여론거세/검찰 수사방침에 관련자일부 반발
88학년도이후 전국 62개대학에서 발생한 부정·부당입학생 및 학부모의 명단공개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름이 밝혀진 당사자들은 주위와 여론의 따가운 비난에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해명 차원을 넘어선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검찰이 공개된 명단중 부정입학혐의가 짙은 1천18명중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인 5년이 경과되지않은 89학년도 이후 입학생 사례에 대해 수사착수를 검토중이어서 자칫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특히 이번 명단공개는 새정부출범과 함께 시작된 재산공개 및 각종 비리의 노출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소위 사회지도층에 대한 일반의 불신이 커지면서 계층간 골이 깊이팼다.
마치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어디선가 부정에 연루된 것으로 싸잡아 매도되는 심각한 현상까지 빚어져 사회의 위화감이 가중되면서 이를 수습하는 것도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교육부의 이번 명단공개에 누락된 사례들에 대해서도 형평차원에서 빠짐없이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도 거세 명단공개파동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누락된 대표적 사례는 90∼91학년도 한양대 입시에서 1,2차지망생들의 합격 사정기준 적용이 잘못돼 합격이 뒤바뀐 1백30명 등이다.
교육부측은 이에 대해 8일 발표한 1천4백12명이외 1천8백여명은 전산처리되는 객관식채점잘못,사정기준적용 착오 등 학교측의 행정오류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어서 굳이 학생·학부모의 명단까지 공개할 이유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광운대의 객관식 성적 전산조작에 따른 무더기 부정입학 사례가 이미 지난 2월 서울경찰청의 수사에서 드러났듯 누락된 이들 부당합격생중에도 상당수 부정입학자가 포함돼 있을 것이란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또 경기대가 87∼88학년도 편입학생 선발때 해당 학과에 남는 자리가 없는데도 3백70명을 입학시켰고 결원이 있는 학과에도 정원을 넘겨 편입생을 뽑아 모두 4백7명을 부정선발했으나 교육부의 명단공개에선 21명만이 발표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관동대·명지대·중앙대·인하대 등도 실제 부당입학생보다 훨씬 줄어든 숫자로 발표돼 일부 지도층을 감춰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과 함께 분명한 해명이 뒤따라야 한다는게 최근 수년간 감사결과자료를 입수한 국회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교육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또다른 문제는 명단이 공개된 직후부터 잇따르고 있는 당사자들의 항의사태.
92학년도 이화여대에 부적격자로 정원외입학한 것으로 발표된 권오상 조달청 이사관 및 박정식씨 딸의 경우에 대해 학교측은 『교육부시행령상 명시된 「정원외 특례입학」 규정에 따라 입학시켰다』고 해명하고 학교의 명예실추를 따졌다.
또 90년 홍익대 도예과에 이중국적자로 부정입학한 것으로 발표된 강도미닉군 사례에 대해서도 학교측은 『감사에서 적발된뒤 부모에게 이 사실을 통보,프랑스에서 태어난 강군이 그곳 국적을 취득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알게돼 곧바로 한국국적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상당수 학부모들은 『영문도 모른채 명단이 공개돼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다』며 『학교측의 착오에 의한 것인지,실제로 부정입학한 것인지 분명히 가려 발표해야 했다』고 항의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부의 「대입시 비리를 청산하기 위해 과감히 명단을 공개했다」는 비리척결차원의 의지가 이같은 파문을 어떻게 헤쳐나갈는지 주목된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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