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해외로 눈돌린다/핵심요직 물갈이… 전문요원 대거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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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기부가 눈길을 바깥쪽으로 돌려 해외정보수집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안기부는 범정부적인 인원동결 움직임에 발맞추어 올해 요원을 새로 뽑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런데도 8월께 꼭 뽑겠다는 요원들이 있다. 「과학기술·산업정보 전문요원」이다.
이들은 일단 93년도 공채요원으로 분류되기는 한다. 그러나 해마다 대규모로 들어오던 국내부문 요원이 올해는 한명도 없어 이들은 사실상 특채요원이나 마찬가지다.
「경제정보요원」의 특채는 안기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작업의 한 부분이다.
안기부는 그동안 국민의 따가운 시선속에서 정치사찰·반정부인사 통제 등 시국문제에 과다한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정권안보기관의 중추역할을 했다.
새 정부가 안기부의 왜곡된 에너지를 해외정보쪽으로 돌리기로 정책전환을 함에 따라 안기부는 변신의 여러 방법을 검토해왔다. 이같은 방향전환은 몇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우선 고급인력확보라는 문제다. 경제·산업정보는 특수영역이어서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프로」가 필요하다. 안기부는 고급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괜찮은」 대우를 계획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석사·박사급을 모집하기 위해선 그만한 대우가 필요하지 않으냐』고 설명했다.
안기부는 이달 말이나 내달초에 있을 해외파견 요원 인사에서도 이 부분을 보강할 예정이다.
해외요원인사는 안기부 인사개혁작업의 마무리 단계로 대상은 50∼60명선.
이병호신임2차장의 임명으로 공석이 된 주미공사 등 핵심 해외요직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차장 발탁에서 보듯 해외부문은 정치성을 배제하고 철저한 「전문가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기부의 기능이 이처럼 정권안보차원에서 국익우선차원으로 옮겨짐에 따라 안기부 파견자들이 해외공관에서 지금까지 다소 군림해오던 체질에서도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기부는 아울러 문민시대를 맞아 대언론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를 연구하기 위해 미·영 등 외국정보기관의 관행을 알아보고 있다.
비록 작은 부분이긴 하지만 「나라안 독불장군」식에서 벗어나 바깥쪽으로 눈길을 돌리려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눈길돌리기에 머물지 않고 얼마나 건강하게 체질을 바꿀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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