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신세대 병영 전투력 강화로 이어져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0호 02면

이런 걸 두고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하나요. 병영은 참으로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21년 전 논산 육군훈련소는 악몽이었지요. 입소 부대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딴 세상이었습니다. 빨간 모자를 쓴 조교들이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연발했습니다. “여기는 군대야”라는 신고식이었지요. 말은 또 얼마나 험했던지. 하루 일과는 후다닥거리기 일쑤였습니다. 세탁·세면·장비 손질 어느 것 하나 넉넉한 시간이 없었지요. 제대로 씻지 못해 습진이 걸린 친구도 적잖았습니다. ‘자대도 이런가.’ 군 복무기간(27개월)을 날짜로 환산해 보고 절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지금은 훈련소 생활이 추억의 한 자락이 됐지만 말입니다.

두 주 전 훈련소를 둘러봤습니다. 마침 입영 장병 입소식이 있었습니다. 가족과 친구·애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소대대에서 간단한 식을 했습니다. 비디오로 훈련 일정도 소개해 주더군요. 절도 속에 친절이 배어 있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입영 장병들이 부대 안으로 들어가도 저럴까.’ 과거가 잉태한 의심이 발동됐지요.

훈련장과 막사 생활관(내무반)을 견학했습니다. 겉과 속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훈련병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모 훈련장의 일병 교관(분대장)이 훈련 군기를 잡느라 닦달은 했지만 막말은 없었습니다. 간부와 훈련병 간 간극은 많이 좁아진 듯했습니다. 얼차려도 알아보았지요. 제도는 있었지만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서기 등이었습니다.

툭하면 머리를 땅에 박는 원산폭격과 주먹 쥐고 엎드리기를 했던 세대와는 딴판이더군요. 자유시간도 많아졌습니다. 막사 시설은 병영(내무)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을 수준으로 현대화됐습니다. 훈련은 과거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전방부대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최정예 백골사단이었지요. 장교와 병사 모두 구타·가혹행위·욕설은 안 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병사들보다 장교들의 의식 변화에 더 놀랐습니다. 임무나 훈련은 확실히 하지만 병영 생활은 편해야 한다는 장병의 공감대를 엿보았지요. 비무장지대 매복작전에 들어가는 병사들은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병사들은 사이버 지식정보방, 도서관에서 자정까지 공부했습니다. 과거의 내무반 군기는 사라졌습니다. 새 병영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듯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거 군대 맞아” “군기가 없어”라는 소리도 들립니다. 달라진 신세대 병영이 전투력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때 사회 일각의 우려는 해소될 것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