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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 잡힌 CD위조범/공갈배에 돈 뜯기고 도박으로 거액 탕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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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탕졸부 이광수의 도피행각/부인­애인과 동행 묘한 「3각관계」/경찰행세 흑인에도 15만불 털려/달아나는 애인잡다 경찰에 덜미
지난해 11월 이희도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자살사건과 함께 터진 가짜CD사건으로 금융계에 큰 파문을 던진 위조범 이광수씨(42·사채업자)가 미국 뉴욕에서 검거됨으로써 5개월여에 걸친 그의 한탕주의 졸부놀음과 도피행각이 베일을 벗고있다.
이씨는 특히 1백70억원어치의 위조CD를 매각한 돈으로 해외도피행각을 벌이며 부인과 함께 「애인」까지 동행했으며 도박으로 거액을 탕진하고 공갈배에게 걸려 20만달러 이상을 갈취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CD위조범행을 한 것은 지난해 6월. 동남은행 발행 10억원짜리 CD 17장을 위조한 그는 부인 김광숙씨(38)와 처제 등을 시켜 네차례에 걸쳐 위조CD를 매각,1백70억원을 챙겼다.
청년회의소(JC)회의 참석 등을 이유로 잦은 외국나들이를 하며 돈을 빼돌린 이씨는 지난해 11월6일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9일만에 혼자 귀국했다.
이씨는 11월15일 이 지점장 자살,18일 한일투자금융에서 위조CD발견으로 범행이 발각되자 당국의 출국금지 전날인 19일 애인 추모씨(25)와 함께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씨가 추씨와 알게된 경위는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추씨는 2남2녀중 장녀로 가족들에게도 직장을 알리지 않은채 집안살림을 꾸려가며 주위사람들에게 1억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말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부인과 합류,이상한 「삼각관계」를 이룬 도피자들은 12월4일 LA로 옮겨 호텔생활에 이어 월임대료 9천달러짜리 호화아파트에 정착했다.
이때 이씨는 라스베이가스 도박판에서 수십만달러를 잃었고,이씨의 수상한 정체를 알고 접근한 한인 공갈배들에게 7만달러를 빼앗겼다. 이들 공갈배들은 또 경찰로 가장한 흑인들을 동원,『고발하겠다』고 협박해 15만달러를 뜯어갔다는 것.
한인이 많은 LA에서 신변에 불안을 느낀 이씨는 올 1월30일 뉴욕부근 뉴저지주 포트리시로 옮겨 다른 한인들에게 거처와 신분을 숨긴채 콜택시를 이용해 여행·쇼핑 등으로 소일해 왔다. 이씨가 검거된 것은 애인 추씨와의 불화가 직접적인 계기. 국내경찰이 인터폴에 통보,부부의 여권이 말소되자 이씨는 LA에서 「이연수」 명의의 가짜 여권을 만들었으나 불안을 느껴 비행기와 호텔을 이용할때 추씨를 내세우는 등 일종의 「인질」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이씨의 정체를 눈치챈 추씨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요구,싸움이 잦았다는 것이다.
30일 오후4시(현지시간) 이씨가 검거될 당시에도 택시에서 심하게 말다툼을 벌이던 추씨가 차에서 뛰어내려 소리지르는 바람에 소동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었다. 추씨는 당시 이씨가 자신을 돈 한푼 없이 홍콩으로 보내기 위해 공항으로 데려가는 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검거된뒤 뉴욕의 CBS·NBC·ABC방송은 밤 뉴스시간에 경찰서장의 기자회견까지 곁들이며 『한국의 1급 지명수배자가 붙잡혔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씨는 검거 당시 수만달러의 현금을 갖고있던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서 한탕 한 졸부의 행각이 미국에까지 망신살을 뻗치게 됐다.<뉴욕지사=정보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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