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포기 농가 “우후죽순”/경남 거제 특산품 「맹종죽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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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국·태국산 “밀물” 값 폭락/우송판매 등 자구책 안간힘/당뇨 등 성인병에 효과… 수입품보다 질 월등
경남 거제 특산품인 맹종죽순이 값싼 수입죽순에 밀려 판로가 막히자 재배농가들의 수확포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해 고혈압·비만 등 성인병에 효과가 뛰어 난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한때 수요가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품질이 떨어지는 값싼 중국·태국산에 밀려 인건비 조차 건지기 어렵게 된 때문이다.
10∼20㎝ 굵기의 맹종죽순은 일반 죽순에 비해 굵고 마디가 짧은 데다 살(육질)이 두껍고 연한 것이 특징.
반면 수입 죽순은 맹종 죽순에 비해 질기고 맛과 향이 떨어진다는 것.
값은 수입품이 국내산의 2분의 1수준.
죽순 50㎏의 껍질을 벗겨내고 익힌 반가공 상태의 18㎏들이 한상자에 수입품이 1만원선인데 반해 국내산은 가공전 ㎏당 3백10원에 가공비 ㎏당 1백20원을 합하면 2만원선을 넘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수입상들은 수입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고 국내산인 것처럼 팔아 피해가 더욱 크다는 것.
때문에 3월말부터 5월중순까지로 돼 있는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은 맹종 죽순이 이처럼 값이 떨어진데다 판로마저 시원치 않아 채취포기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천여평의 대나무 밭을 가꿔 온 박노철씨(62·하청면 칠천리)는 『수매 첫날인 지난달 19일 1백18㎏을 수확해 ㎏에 3백10원씩에 팔아 3만6천5백80원을 손에 쥐었으나 하루 품삯도 건지지 못했다』며 『차라리 채취를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같다』고 푸념했다.
또 『해마다 3천여평에서 나오는 죽순 수입으로 지금은 대학총장이 된 아들을 뒷바라지해 왔다』는 박성재씨(82)도 『값 폭락에 일손마저 구하기 어려워 지난해 부터 수확을 포기한 채 아예 버려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거제군과 하청농협은 죽순을 지역 소득작목으로 개발키 위해 지난해 저장능력 6백40t규모의 저온창고를 건립한데 이어 올해도 사업비 10억원을 들여 연간 1천6백t을 가공할 수 있는 가공공장 건립계획을 마련중이다.
또 농림수산부와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올 연말에는 죽순 엑기스를 개발,건강음료로 만들어 상품화할 계획도 추진중에 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하청농협은 이와함께 연간 1백여t을 식품업체에 위탁,통조림으로 가공한 「하청죽순」(4백50g들이)을 생산해 12개 들이 한 상자에 1만원씩 전화주문을 받아 우송판매(우송료 소비자 부담조건,연락처(0558(636)5805∼7)키로 하는 등 몸부림을 치고 있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의 이름난 효자 맹종이 산신령의 가르침을 받고 겨울에 죽순을 구해 중환의 어머니를 낫게 했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진 이 대나무는 씨 없는 수박을 개발했던 고 우장춘 박사가 1920년대 일본에서 들여와 김해에서 첫 재배에 성공한 뒤 거제 지역으로 옮겨 보급됐었다.
현재는 전국 맹종죽순 생산량의 80%가 이곳에서 나올 정도로 번창했다. 지난해의 경우 8백여 농가가 2백90여㏊에서 1천7백여t을 채취해 10억여원의 소득을 올렸었다.
주산단지로 마을 2백20여㏊가 맹종 죽림으로 뒤 덮인 하청면의 경우 3백50여 농가에서 지난해 1천6백여t의 죽순을 채취,죽순 가공공장 등 국내 시장에 공급했었다.<거제=허상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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