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e-스포츠 모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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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이 프로게임단 운영에 가세한다. 한국 e스포츠협회는 24일 협회 사무실에서 운영위원회를 열어 하나금융그룹을 팬택의 프로게임단 ‘EX’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하나금융그룹은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국내 e-스포츠 프로리그에 참여하는 프로게임단의 운영사가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프로 게임단 인수는 e-스포츠의 주요 팬인 10~30대를 미래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프로게임 리그와 비보이 선발대회를 지원하며 젊은 고객층을 파고들고 있는 데 대한 맞불작전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게임단을 운영하는 회사나 e-스포츠를 중계하는 곳은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프로게이머가 활약하는 e-스포츠가 10~30대가 열광하는 인기상품이기 때문이다. e-스포츠는 케이블TV나 인터넷 같은 뉴미디어에서 최고 수준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생중계한 곰TV는 9개월간 4500만 명의 누적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곰TV가 게임 중계를 통해 인터넷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만 60억원에 달한다. 위성DMB(디지털 멀티미디어 이동방송)에서도 20, 30대 남성 가입자가 가장 많이 보는 채널이 게임 방송이다. 시청자가 많은 만큼 홍보도 만점이다.

삼성전자의 프로게임단 ‘칸’의 단장을 맡고 있는 권희민 부사장은 “PC나 MP3 플레이어 같은 IT 제품의 마케팅에 게임단을 적극 활용한다”며 “특히 그래픽이나 음향이 뛰어난 PC에 프로게이머를 모델로 내세우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평균 11억원을 운영비로 썼지만 80억원 정도의 홍보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SK텔레콤의 게임단 T1의 단장을 맡고 있는 허남철 전무는 “해마다 20억원 정도를 운영비로 쓰지만 홍보 효과는 15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T1은 게임단 중 스타 선수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다른 구단에 비해 운영비가 많다.

 게임이 흥행이 되자 최근엔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대형 포털도 게임대회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지난달부터 게임대회를 생중계하는 ‘라이브팟’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열린 스타크래프트대회 8강전 중계에 100만 명의 시청자가 몰려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다음달 4일 부산 광안리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대회인 ‘2007 신한은행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응원 댓글 남기기와 우승팀 맞히기 같은 온라인 이벤트를 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스포츠=‘electronic sports’의 약자로 온라인으로 게임을 하며 승부를 가르는 경기 활동을 말한다. 국내에는 현재 삼성전자나 STX, SK텔레콤, KTF 등 11개 기업과 공군 등이 12개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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