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억제는 일관성 있게(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금이야말로 뜨거운 가슴에 못지않게 찬 머리도 필요하다. 곳곳에 널려있는 투기요소와 비리 척결을 위해선 더욱 그러하다. 몇년전에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토지공개념 3개법을 만들었으나 여전히 땅값은 올랐고 이 나라 지도자급 인사들마저 투기에 더욱 극성을 부렸음이 최근의 재산공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금 개혁이라는 도도한 강물을 타면서 새 정부가 손질해야할 토지정책에 국민이 다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보다 확실한 정책의지를 제도에 담은 근원적인 비전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토지신화를 깨기 위한 정부의 개혁작업은 세제를 통한 투기억제와 불로소득의 환수방법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접근은 토지이용의 효율화를 위한 공급측면까지를 동시에 고려해서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토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종합토지세의 과표를 단계적으로 공시지가 수준까지 상향조정한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이로 인해 토지 보유기간이 길수록 다른 투자수단보다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실증적으로 증명된다면 비생산적인 투기수요는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표현실화 수단에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재산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도록 세율체계의 조정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투기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종합토지세율을 크게 올린다면 오히려 중산층 이하의 조세부담도 증가하기 쉽다. 상속세나 증여세의 경우도 과도한 세율인상만으로는 불로소득을 회수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토지투기와 개발이익 등으로 야기된 지가상승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도입된 20여개의 세제와 2백여개의 토지관련 개발 및 용도지역 지정에 관한 제도는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면도 있다. 규재일변도의 정책만으로선 그것이 아무리 강해도 투기를 잡지 못한다. 제도가 복잡하고 규제가 까다로울수록 토지를 둘러싼 이권·특혜가 커지고 따라서 각종 부정·부조리가 만연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토지투기를 막기 위해선 세금중과나 처벌강화와 아울러 토지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도 같이 강구해야 한다. 토지가 모자라는한 토지 값은 올라가고 거기엔 반드시 투기가 따를 것이다. 생산성이 낮은 농지나 실효성이 없어진 군사보호지역의 해제 등을 통해 통지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또 세제 등 제도적 장치가 아무리 완벽해도 그것을 운용하는 세정이 문란하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다.
더 근본적으로는 토지투기가 안 일어나도록 하는 정책기조,즉 안정화정책을 꾸준히 일관성있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운동성의 바람이나 일과성 정책으로선 토지투기를 절대 잡을 수 없음을 깊이 인식해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