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릉 수목원|도심 새 휴식처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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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문배나무· 솔송나무· 노각나무· 가문비나무·섬개야광나무·산개나리· 애기 앉은부채· 삼지구엽초….
학술연구자료로만 활용되던 온갖 희귀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홍릉수목원이 70년만에 개방되자 개방 첫날인 지난 11일 5천여 시민이 이곳을 찾아 쾌적한 산책뿐 아니라 자연관찰을 하는 등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첫날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정정숙씨(서울상계8동 주공11단지)는 『서울 시내에 이렇게 잘 가꾸어진 숲이 있었는지 예전에 미처 몰랐다. 함께 온 아이들이 신기한 는초리로 나무들을 관찰하며 마냥 즐거워했다』며 서울 동북부에 새로운 휴식처가 생겨 기쁘다고 했다.
산림청 임업연구원은 1922년부터 학술연구자료로 가꾸어온 식물 2천여종이 자라고 있는 홍릉 수목원을 시민들의 새로운 휴식공간으로서 뿐만아니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수목원을 개방했다.
홍릉은 본래 1897년 고종의 왕비 명성황후 (민비) 의 능이 있던 곳이다. 그러나 고종이 임종한 1919년 경기도 금곡으로 능을 옮기고 일제가 이 자리에 우리나라의 산림자원을 수탈하고자 임업시험장(현 임업연구원) 을 설치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홍릉 수목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수목원으로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보기 드문 희귀수목 표본을 갖고 있었으나 6·25때 전부 훼손되고 그 후 다시 복구했다.
면적도 처음에는 3백h에 이르렀으나 한국과학기술원 등이 들어서면서 현재는 44h로 줄어들었다. 이 중 28h가 낙엽송 등이 울창한 시험림으로 조성되어 있고 6h가 건물부지, 그리고 나머지 10h가 수목원으로 이번에 개방된 지역은 바로 이 수목원이다.
자연관찰 산책로는 총 3km로 천전히 걷는다면 1시간 가량 걸린다. 산책로 중간 중간 휴식할 수 있는 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계단은 모두 짜개지 않은 통나무로 되어 있어 발바닥 지압에도 효과가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
홍릉수목원 안에는 총 2천35종의 식물이 있는데 이중 1천2백15종이 목본(우리나라 8백36종, 외국종 3백88종)이고, 나머지 8백11종이 초본(우리나라 7백99종, 외국종 12종)이다.
이곳에는 식물만이 아니라 꿩· 찌르레기· 족제비· 두더지 등 새 65종과 짐승 4종 등 야생동물도 서식하고 있다.
산림청은 일요일에 한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시간 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학생들의 자연관찰을 위해 다음달 30일까지 교육구청에서 추천하는 학생 2만여명을 하루 8백명에 한해 개방키로 했다.
수목원 입장은 무료다. 주차장이 없으므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산불·쓰레기 오염방지를 위해 전지역이 금연구역으로 설정돼 있으며, 식사·간식·음료수 등도 일절 지참할 수 없다.
그러나 수목원 안에는 자연생수가 나오는 약수터가 있고 구내식당에서 간이식과 음료(술 제외)를 팔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면 큰 불편은 없다.
교통편은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에서 하차, 홍릉로를 따라 10여분 걷든가 일반버스 133· 134번, 좌석버스 134· 803번을 타고 정류장 2곳을 지나 홍릉에서 하차하면 된다. <이순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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