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방학이다” “이번 방학 땐 놀 생각 하지 말고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는 기간으로 삼아야지!” “엄마는 또 공부타령이야….” 방학 때마다 반복되는 부모와 자녀 간 벌어지는 입씨름이다. 하지만 방학은 공부 자체보다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는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 바로 건강검진이다. 건강을 해치는 나쁜 습관을 바꿔 주고, 열린 대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살려 주도록 도와줘야 한다.
◆건강검진과 질병치료="우리 아이가 결핵이라고요? 어릴 때 BCG도 맞혔는데.” 결핵 진단을 받은 학생의 부모는 대부분 이런 반문을 한다. BCG 접종의 목적은 ▶결핵이 전신에 퍼져 생명을 위협하는 속립성 결핵이나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은 결핵성 뇌막염을 예방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BCG를 맞아도 폐결핵은 예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결핵 유병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0개 나라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결핵은 드물지 않은 질병이다. 따라서 정기적인 가슴 X선 검사가 필요하다.
방학 첫 주엔 소아과를 방문, 자녀에게 필요한 연령별 건강검진을 받도록 한다. 여드름·축농증 등 평상시 치료하지 못하고 방치했던 질병이 있다면 여름 방학이 치료 적기다.
◆자녀 의견 경청해 대화의 길 터야=초등학교 고학년만 올라가면 부모는 “애가 통 말을 안 들어서”라고 불평을 하고, 자녀는 “도무지 부모하고는 말이 안 통한다”는 하소연을 한다. 똑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한두 살 터울의 형제·자매 간 생각도 제각각일 수 있다. 한 세대나 차이 나는 자녀가 부모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아이와 함께 방학 스케줄을 짜기 전 방학생활에 대한 자녀의 계획, 자녀가 평상시 느꼈던 불만사항, 본인이 하고 싶은 일 등을 먼저 경청해야 한다. 아이의 말을 들어 주는 것(경청)과 아이의 바람을 부모가 들어주는 것(허용)은 별개의 문제다.
예컨대 자녀는 친구들만의 여행을 바랄 수 있고, 부모는 이를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를 할 때도 우선 자녀의 의견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은 뒤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의 자긍심도 높이고, 부모가 원하는 공부를 자녀에게 권유하기 쉽다 .
자녀의 평생 건강을 위해서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숨어 있는 질병을 찾아 주는 부모의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하루 1시간은 자녀의 신체활동을 격려하자. 이때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어머니가 동반자가 됐을 때 효과가 크다.
바람직한 식습관을 갖는 데도 방학이 적기다 .현재 어린이 비만 인구는 10% 이상, 따라서 방학 첫날엔 자녀의 체중·키 등을 측정하고 정상치와 비교한 정확한 평가부터 해야 한다. 만일 체중이 10% 이상이면 과체중, 20% 이상은 비만이다. 비만 치료는 잘못된 식습관 교정이 첫 번째 수칙이다.
가능한 한 방학 때만이라도 삼시 세끼 식사는 어른과 함께 먹을 것. 이때 식전 채소 한 접시를 포함, ‘밥+국(찌개)+반찬 두세 가지’ 등 전통 한식을 즐기는 습관을 들이자. 자녀가 배가 부르다고 할 땐 음식이 남더라도 억지로 먹이지 말 것. 비만 예방을 위해선 폭식을 피하고, 적당할 때 숟가락을 놓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건강에 좋은 간식은 저지방 우유, 과일 몇 쪽이면 충분하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유한익 교수, 순천향병원 소아과 이동환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과 하일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