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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U의 마법 … 그들을 만나 행복한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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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左)가 현란한 드리블로 FC서울 수비를 따돌리고 있다.[특별취재반]


어떻게 시간이 흘렀을까. TV로만 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 마법사들이 눈앞을 뛰어다녔다.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사이 90분이 흘렀다.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숨소리와 땀방울을 느낀 여름밤. 감동으로 뜨거워진 팬들의 가슴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식을 줄 몰랐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금호타이어컵 맨U 코리아 투어'(일간스포츠 주최, 중앙일보 후원) 맨U- FC서울의 경기는 맨U의 4-0 승리로 끝났다. 화려하면서도 실속 있는 개인기, 한 치의 오차 없이 상대를 따돌리는 패스워크와 슈팅. '축구종가'의 챔피언은 축구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상암벌은 제2의 올드 트래퍼드

'HERE is Another OLD TRAFFORD(여기는 제2의 올드 트래퍼드)'.

서울 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는 수많은 통천 격문이 내걸렸다. 그중에서도 '경기장이 맨U 제2의 홈'이라며 맨U 서포터스가 내건 격문이 가장 눈길을 잡았다. 맨U(박지성), 토트넘 홋스퍼(이영표), 레딩FC(설기현), 미들즈브러(이동국) 등 한국선수들이 속한 프리미어리그 팀 중에서 가장 많은 한국 팬을 가진 팀이라면 역시 맨U다. 그래서 그들을 '제2의 국대(국가대표)'라고 부른다. 제2의 국대가 뛴 이날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제2의 올드 트래퍼드'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이언 긱스, 에드윈 반 데 사르 등 맨U 주전선수 얼굴이 전광판에 비칠 때면 우레 같은 환호성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1만여 서포터스석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인 서포터스는 맨U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서자 미리 준비한 붉은색과 흰색 카드를 들었다. 'M(맨체스터)' 'U(유나이티드)' 'F(축구)' 'C(클럽)'. 예상 밖의 카드섹션에 감격한 맨U 선수들은 힘찬 박수로 답례했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축구예술

루니와 호날두. 맨U는 예상대로 에이스들이 최전방을 맡았다. 홍염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호날두의 발놀림은 신기에 가까웠다. 멈출 줄 모르던 관중의 탄성은 전반 5분 함성으로 바뀌었다. 서울 진영 왼쪽을 잰걸음으로 드리블하던 호날두가 벼락 같은 오른발 슛으로 서울의 골넷을 흔들었다. 완벽함 그 자체였다.

전반 18분 크리스 이글스의 두 번째 골은 타이밍의 예술이었다. 전광석화 같은 슈팅. 서울 골키퍼 김병지는 자신의 왼쪽을 꿰뚫는 슈팅에 꼼짝없이 당했다. 전반 20분 드디어 에이스들의 합작 골이 나왔다. 호날두가 공을 몰면 루니는 공간을 만들었다. 두 선수의 스피드는 무서울 정도였다. 그에 맞춰 관중의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 마무리는 루니의 몫이었다.

루니와 호날두만 있는 건 아니었다. 후반 교체 투입된 라이언 긱스는 14분 미드필드에서 따낸 공을 전방으로 질주하던 파트리스 에브라 쪽으로 찔러줬다. '왼발의 달인'이 보여준 킬 패스는 정석이었다. 에브라의 왼발에 걸린 공이 골문을 외면했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서울의 젊은 선수들도 주눅 들지 않고 맨U에 맞섰다. 청소년대표 이청용은 앞을 막아선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미카엘 실베스트르를 끌고 다니며 탄성을 자아냈다. 후반 들어서는 여러 차례 맨U의 골문을 두드려봤다. 당당히 싸웠지만, 자존심만으로 승부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3박4일간의 한국투어 일정을 마친 맨U 선수단은 21일 전세기 편으로 다음 경기가 열릴 마카오로 떠난다.

장혜수.이충형 기자
◆사진특별취재단=중앙일보 김상선.조문규.강정현 기자, 일간 스포츠 이호형.이영목.김민규.양광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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