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장 “버티기”… 민자 곤혹/재산공개특위 정밀실사 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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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설득 계속… 불응하면 출당조치/사퇴서 처리방안 놓고도 고민
민자당의 재산공개 진상파악특위가 28일 5일간의 활동을 마감한다.
특위는 이날 그동안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문제의원들의 「죄질」 정도를 최종적으로 가려내 ▲의원직 사퇴 ▲당직·국회직 박탈 ▲경고 등의 조치대상을 확정한다.
특위는 29일 결정사항을 당 고위공직자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특위는 활동마감일을 하루앞둔 27일에도 분주히 움직였다.
우선 특위위원장인 권해옥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 공관에 칩거중인 박준규의장을 찾아가 의원직 사퇴를 강력히 권유했으나 신통한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는 그러나 면담이 끝난뒤 기자들을 피하기 위해 곧바로 당사가 아닌 모처로 가 특위회의를 소집,박 의장 처리문제 등을 논의했다.
특위는 이날 회의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활동종료와 관련해 서로의 입장을 최종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에 따라 28일 작성되는 실사보고서는 『특위의 의견이 곧 당의견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 권 위원장의 말처럼 29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별다른 수정없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권 위원장의 반갑지 않은 방문을 받은 박 의장은 권 위원장의 거듭된 사퇴요청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권 위원장에게 『내가 의원직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면서 특위·당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의원직을 버릴 뜻이 없음을 밝혔다고 한다.
이와 관련,박 의장의 한 측근은 『박 의장은 지난번 의장직 사퇴의사표명때 밝힌 것처럼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론재판에 의해 내쫓기듯 정치인생을 마감하는 것을 크나큰 치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의장이 「공개적인 해명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입법부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당면문제에 대한 의장의 입장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박 의장측의 태도가 이같이 완강함에 따라 대책마련에 고심중인데 당장 당기위원회를 열기보다는 일단 박 의장에서 설득 및 압박작전을 끈질기게 구사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관측.
당측은 그러나 박 의장이 끝내 고집을 굽히지 않을 경우 징계받을 다른 의원들에게 영향 등을 고려해 당기위를 열어 출당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은 이미 최형우사무총장에게 의원직사직서를 낸 2명외에 내주초 추가로 사직서가 들어올때 이를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것은 국회법상 의원직 사퇴는 ▲국회개회중 본회의 의결 ▲폐회중 의장직권 사직서수리 등 두가지 방법이 있으나 본회의 의결을 통하자니 모양이 좋지않고 의장직권을 빌리자니 박준규국회의장 본인이 「제거대상」이라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실정.
한 당직자는 『박 의장이 사직서를 일괄 처리해준뒤 자기도 스스로 물러나주면 좋겠는데 현재 박 의장 본인이 최대의 걸림돌이지 않느냐』고 한숨. 이 때문에 박 의장이 의장직을 물러난 「유고」상태에서 황낙주부의장이 대신 처리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으나 여전히 박 의장의 거취표명 여부가 관건.
국회법은 의장이 사임할 경우 국회의원 재적과반수의 찬성을 얻도록 동의절차를 두고있다.<이상언·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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