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어보면 다른 과자…‘홈런볼’은 파울볼?

중앙일보

입력

과자를 입에 달고 사는 직장인 이유영(28세, 가명)씨는 포장지에 비해 초라한 과자를 볼 때마다 실망하기 일쑤다.

그만큼 과자를 좋아하는 탓도 있지만, 포장에는 가득 들어있는 과자 안 초콜릿이 실제로는 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한두 번도 아니고…. 그냥 먹자’고 포기해 버린다.

포장지에 그려진 그림과 다른 과자에 대한 규제 적용이 신구 제품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돼 관련 법률의 모호성이 지적됐다.

즉 소비자들이 이미 알고 있어 익숙해진 제품은 허위 광고 규제 대상이 되지 않지만 새롭게 출시되거나 평소에 잘 접하지 않는 것들은 규제 대상이 된다는 것.

◇ 맛있어 보이게 하려는 의도일 뿐 과대광고 아니야 = 위의 사례는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공감 해보았을 상황이다. 실제로 해태제과의 ‘홈런볼’은 긴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치즈, 생크림 홈런볼의 차기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포장에는 과자 속 내용물이 흘러넘칠 만큼 풍성하지만 겉포장을 뜯어보면 ‘애개! 이만큼 밖에 없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러한 ‘홈런볼’에 대해 ‘홈런볼’을 ‘파울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련 업체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껏 관련 민원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

해태제과 관계자는 “포장에 초콜릿을 풍성하게 그린 것은 제품을 더 맛있게 보이려는 것이지 이를 과장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이제껏 관련 민원도 없어서 특별히 문제점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와 비슷한 과자 종류인 ‘칙촉’, ‘칸초’, ‘씨리얼’ 등을 판매하고 있는 롯데제과의 입장도 비슷했다.

내용물의 용량을 속인 것도 아니고, 내용물 인식을 위한 디자인은 그 정도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설명.

또 부드러운 초콜릿 맛으로 과자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촉촉한 초코칩’의 제조사 인 오리온도 위의 두 업체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즉 관련 내용이 허위 광고였다면 이미 광고 심의 과정에서 제제를 받았겠지만, 그러한 사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과자 외 다른 제품이 최고의 모습으로 광고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익숙해진 과대광고, 눈감아 준다? =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포장 광고와 관련된 ‘표시광고’는 해당 업체를 영업허가 하는 지자체에 1차적 책임이 있는 사항이며 식약청은 특별한 사안이나 신고가 들어오면 관리 감독을 하는 입장임을 밝혔다.

지자체에서도 식약청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상태였다.

서울시청 위생과 관계자는 “과자 포장에 대한 과대광고에 대한 기준 자체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며 “가령 토마토를 갈아 넣은 음료수 포장에 토마토를 그려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또 표시 기준을 과도하게 어긴 터무니 없는 광고에 대해서는 규제를 가할 수 있지만, 먹음직스러운 표현에 대해서 문제 삼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에서는 일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위의 예와 같이 일반 소비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묵인 될 수 있지만, 신제품과 같이 사전에 배경지식이 부족해 그림만 보고 해당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는 처벌 대상이 있다는 지적.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홈런볼과 같이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겉포장과 실제 내용물에 대한 차이가 인식된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지만, 새로 나온 과자의 경우 표면의 과장된 그림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해 구입하게 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의 소비자들은 관련 민원이 크게 부각된 상태가 아니고, 과대광고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어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는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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