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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범위 고심… 뒤숭숭한 당정/축재의원 파문 이달안에 매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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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의혹처리에 발목잡혀 국정소홀 우려/의원직 사퇴 보다는 내부징계 많을듯
재산공개와 관련,물의 의원에 대한 후속조치가 임박하면서 청와대와 민자당사 주변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징계 대상의원이 당초 3명에서 7∼8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설이 나도는가 하면 일부 혐의 의원이 막판 대선때의 공로가 참작돼 구제됐다는 등 온갖 추측과 소문으로 뒤숭숭하다.
○…청와대는 30일 전후 재산공개와 관련해 물의를 빚은 의원들의 문제를 처리한다는 목표 아래 수위조절에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사정당국·당 진상특위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일들이 연일 언론에 폭로되자 한없이 기다릴 경우 감당키 어려운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일단 3월중 매듭을 지을 계획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일단 조치를 한뒤 엄청난 추가사실이 드러나면 별도조치 하겠다면서 재산공개 소용돌이에 말려 다른 정국이 소홀히 취급되는 사태를 우려했다.
○수위조절 어려워
김영삼대통령은 25일 민자당 최형우사무총장으로부터 당특위 조사내용을 보고받은데 이어 26일 김종필대표와 처리방향·대상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통령은 문제의원 처리는 새정부의 개혁의지와 국민정서에 부합되는 단호한 것이 돼야 하지만 정치보복의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후문.
한 측근은 의원들이 스스로 재산을 공개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자진공개를 유도해놓고 그것을 빌미로 처벌하는데 대한 「정치·도의적」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비쳤다.
청와대는 이에따라 상습적 투기혐의,직위를 이용한 부동산투기 및 탈세혐의의 의원에 대해선 당으로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인 출당조치를 취하고 나머지는 「혐의내용」에 따라 당직·국회직 사퇴,당원권한 제한,총재경고 친서 등을 「명」하겠다는 것.
그리고 출당 대상의원에 대한 2단계 조치로 의원직 사퇴(권유)내지 사법당국의 제재 등이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출당대상으로 떠오르는 의원들은 박준규국회의장을 비롯한 김문기·유학성·정동호·정호용의원 등이며 이중 1∼2명은 사법처리가 검토되고 있다.
이밖에도 김재순 전국회의장,금진호·이원조의원 등도 강경조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한 고위관계자는 너무 많은 의원들을 내쫓을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므로 출당대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전언.
이는 사법처리·의원직 사퇴까지를 합해 5∼6명선으로 봐야 한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대신 내부조치,즉 국회직·당직박탈과 경고친서 대상은 의외로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
한편 유학성의원은 26일 박관용청와대비서실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의원직 사퇴의사를 통고. 지탄 대상의원들 중에는 재산의 사회환원 등을 약속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특위의원 전격교체
○…최형우사무총장은 26일 열린 고위당직자 회의와 당무회의에서 『문제되는 의원에 대해서는 재산상태와 형성과정을 면밀히 조사한후 정치적·도덕적·법적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공식보고. 민자당은 그동안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의혹이 생긴 의원들에게 이날 오후까지 소명자료를 내도록 통보했으며,최 총장이 이 자료와 당내 재산공개 진상파악특위(위원장 권해옥)의 실사 결과를 종합해 주말인 27일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최 총장은 서울시내 모처에서 실사작업중인 진상파악 특위에 『두번다시 말썽이 나지 않도록 철저히 하라』고 지시. 이런 긴장된 분위기속에 특위에 소속된 허재홍의원(부산 남갑)이 재산규모를 축소해 공개했다는 일부 보도가 있자 최 총장은 25일 허 의원을 김형오의원(부산 영도)으로 전격 교체.
최 총장 본인은 26일 박준규국회의장 등에 대한 자신의 전날 발언수위가 지나치게 높았음을 의식한듯 『남의 불행한 일을 자꾸 얘기해 무엇하겠느냐』고 비판을 자제. 최 총장은 그러나 『내주초에 문제되는 사람들을 만나보겠다』고 말해 27일 청와대 보고후 조치대상으로 확정된 의원들을 만나 사퇴 권유작업을 벌일 뜻을 비쳤다.
한편 김덕룡 정무1장관은 26일 고위당직자회의 직전 최 총장을 별도로 만나 밀담.
김 장관은 밀담후 기자들과 만나 『당으로서는 빠른 시일내에 매듭지을 것』이라며 『빨리 끝내고 이제는 경제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주말내 결판」방침을 강조. 김 장관은 또 조치대상 의원들에 대해 『당사자들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해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
○…조사 또는 조치대상으로 분류된 의원들은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고위당직자들을 찾아다니거나 비서진들을 당사 기자실 등으로 보내 해명하는 등 안간힘.
이미 김문기의원이 청와대 박관용비서실장·김영수민정수석 등에게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기 위해 면담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당한데 이어 남평우의원(수원 권선을)도 24일 오후 최형우총장의 집을 찾아갔으나 문전박대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발걸음을 돌렸다.
남 의원은 수십억원짜리 빌딩을 신고하지 않고 숨긴사실 등이 문제가 되고있는 실정.
조사대상으로 분류된 나머지 의원들은 26일 오전에도 의원회관에는 나오지 않고 자택이나 개인사무실 등에서 비서관 등이 당사주위에서 수집해오는 정보를 보고받고 있는 실정.
○…국회의장직에 이어 의원직까지 내놓아야할 처지에 몰린 박준규의장은 의장공관에서 사흘째 두문불출하고 있다.
25일 낮에는 황낙주국회부의장이 의장공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격됐는데 박 의장이 청와대와 당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황 부의장을 부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 의장 측근들은 그동안 『박 의장이 의원직까지는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으나 황 부의장의 방문을 계기로 박 의장은 더욱 더 풀이 죽은 모습인 것으로 알려져 의원직 사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26일 오전 열린 민자당 당무회의는 최형우사무총장이 재산공개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의원들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가급적 빨리 조치를 취하겠다』는 보고를 하는 순간부터 침통한 분위기.
이날 회의는 원외 당무위원들과 총장간에 설전이 오갔던 지난번 당무회의 때와는 달리 당무보고·원내대책보고가 있은뒤 김종필대표가 『토론이 있느냐』고 묻자 전원 침묵.
김 대표는 『재산공개와 관련해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은 안타깝고 송구스럽다. 가능한한 빨리 국민들이 납득할 선에서 마무리짓고 새출발의 계기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한뒤 폐회를 선언.
○차관 발표시기 당겨
○…민자당 의원들의 재산공개에 따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는 이같은 분위기의 조기진정과 국면전환을 노린듯 차관급 공직자 재산공개의 발표시기를 가급적 당기라고 총무처에 강력히 주문.
총무처의 한 관계자는 25일 심우영총무처차관이 청와대에서 그같은 의사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하고 『청와대는 공직자 재산공개의 시비가 장기화 되는 것은 준비된 개헉정책 수행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전언.
이에따라 총무처는 25일부터 밤샘을 해가며 지방에서 근무하는 40여명의 차관급 인사들로부터 팩시밀리로 가액산정 기준을 통일하는 수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는데 『가능하면 26일 오전에 발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
그러나 총무처는 한때 발표를 앞당기려면 명예직이거나 시·도 교육감 등 현정부와 운명을 같이한다고 보기 어려운 인사들은 제외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공개대상 축소를 요로에 건의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북5도 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밀렸다는 후문.<김현익·이상언·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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