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기증자 없어 **있으나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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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한의학협회가 지난 4일「뇌사에 관한 선언」에서 뇌사를 사망으로 공식 인정한 것을 계기로 의료계는 장기이식의 한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기증장기가 부족, 이식만 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들이 하루에도 여러 명씩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대 의대부속 서울중앙병원 이승규 교수(일반외과)는『현재 본 병원에만 장기이식 대기자가 90명이 등록돼있고 1주일에 수명씩 늘고 있지만 기증자가 없어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한 건의 수술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도 대기자가 신장 2백 여명, 각막30여명에 이르고 서울대병원도간·신장 등 1백여 명이 대기중인 것을 비롯, 전국적으로 줄잡아 1천여 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대 김수태 교수(일반외과)는『서울대병원에서 간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만도 20여명이 있으나 장기공급이 제 때 이뤄지지 못해 3∼4개월 단위로 거의 다 사망하고 다시 다른 사람들로 채워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 중 신장이나 췌장환자는 혈액투석이나 인슐린 주사로 어느 정도 생명연장이 가능하지만 간과 심장병 환자의 경우는 수주에서 수개월 내에 이식을 방지 못하면 대부분 사망하게 된다는 것.
이같이 장기기증이 잘 되지 않는 이유로 김교수는『뿌리 깊은 유교의식으로 빚어진 장기이식에 대한 편견』을 들었다. 수일 전에도 뇌사자 장기기증제의가 와서 기다렸으나 다른 가족들이 『두 번 죽음이다』고 뒤늦게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무위가 됐다며 장기기증에 대한일반인들의 이해확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 몸에 두개가 있는 신장은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하나를 떼서 이식해줘도 부작용이나 건강상의 이상이 거의 없고 간·폐·췌장 등은 부분이식도 가능한데 가족들조차 떼주기를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부모가 자식에게 장기를 주려고 해도 유교사상에 젖은 조부모들이 반대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는 것.
국내 장기이식 실력은 거의 세계적인 수준에 가깝다는 것이 의료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이 교수는『장기이식은 수술 후 거부반응을 막는 것이 최대의 관건인데 최근 사이클로스포린, FK506등 좋은 면역억제제가 나와있어 상당히 해결된 상태』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세 현미경수술기술, 자가혈액 수혈, 수술동안의 혈액순환을 맡는 체외순환펌프 등이 도입돼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이식수술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서울중앙병원을 예로 들면 신장·각막·간·폐·췌장·심장·골수·뼈·피부 등 9개 분야 이식수술이 가능하며 알맞은 기증자만 나타나면 당장 시술 할 수 있게 항시 대기중인 상태다.
이 교수는『의료기술이 확보된 만큼 장기기증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이 따라주기만 하면 많은 환자들이 새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인들은 불행치도 뇌사상태에 빠진 가족이 있을 경우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706)0101)나 서울중앙병원 장기이식프로그램 (주간(480)3559 , 야간((480)3114)등으로 연락하길 기대하고 있다. 기증자에 대해서는 뇌사자 든, 산 사람이든 일절 사례가 없고 다만 적출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의료기관이 부담한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앞으로 뇌사상태에 빠질 경우를 가정, 미리 기증의사를 밝히는 사람의 등록도 받고 있는데 최승왕 홍보부장은『뇌사자 장기 기증시 가족들의 기증에 대한 의사결정이 늦어져 정작 결정 후에는 장기이식이 불가능하게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평소 관심과 기증의사등록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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