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 문턱 낮추기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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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고법·지검 민원인택시 구내출입 허용/신축 대법원은 이용자 위주로 설계도 변경
청와대 앞길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는 등 관가에 불어닥친 탈권위주의 바람이 법원·검찰 등 법조계에도 밀려오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은 방문객이 탄 택시의 구내 출입을 허용하고 학생들의 법원 견학을 추진하는가 하면 대법원은 신축중인 청사 설계를 권위주의적이고 낭비의 요소를 없애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등 「문턱낮추기」가 한창이다.
서울지검은 지금까지 막아왔던 택시의 정문출입을 15일부터 허용하고 민원인들도 현관을 통해 청사로 직접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서울지검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은 택시를 탔을 경우 아무리 급해도 정문에서 내려 청사귀퉁이의 민원실 입구까지 70m 정도를 걸어들어와야 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또 방문객들이 검사 등 직원용 청사 현관을 이용하려다가는 경비원들의 제지에 주눅이 들기 일쑤였고 청사옆 민원인 전용 입구까지 다시 돌아가는 헛걸음을 해야만 했다.
서울고법도 『승용차에 대해선 아무런 제한을 하지 않으면서 택시출입만을 막는 것은 모순』이라는 민원인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곧 택시의 구내 출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대법원은 기존의 서울지방법원과 검찰청사가 일반인들의 편의를 무시하고 너무 권위적으로 지어졌다는 일반의 지적을 감안,서초동에서 신축중인 대법원청사의 내부설계를 최근 변경했다.
원래 설계에서는 한개층(2백40평)을 전부 사용하도록 돼 있었던 대법원장실의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으며 대법원장실과 법원행정처장실이 위치하는 층높이만 유독 5.4m였던 것을 다른층들과 같은 높이인 4.2m로 낮춰 권위주의적인 색채를 없앨 방침이다.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실의 집무실 넓이도 26평으로 지나치게 넓게 설계됐다고 보고 21평 규모로 줄이기로 했다.
또 서울고법은 4월부터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법원견학을 실시할 계획이다. 법원측은 학생들에게 법원을 소개하는 VTR를 관람케 한 뒤 법원판결문·법복·각종 소송기록 등 전시물 관람,재판과정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이영모서울고등법원장은 『법원·검찰청사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거리낌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물을 개방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러한 조치들이 법원과 일반국민의 사이를 더욱 좁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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