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환상, 애정 가벼운 소설 강세|지난달 미 베스트셸러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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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3월이 시작되면서 미국 출판업계가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우선 이번달 베스트 순위에 겨울동안의 침잠을 벗고 새로운 작품들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소설분야에서는 환상소설 2권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비소설분야에서는 전체적인 분위기의 변화는 없으나 오랫동안 미연방수사국 국장을 지냈던 후버의 전기와 미국 최대외교관으로 일컬어지는 조지 캐넌의 철학적 수상 등이 새로 얼굴을 내밀었다.
우선 소설분야를 살펴보자. 소설 베스트10 중에서 미스터리·도깨비 이야기 등 가벼운 읽을거리가 주종을 이루다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매디슨카운티의 다리들』과 10위의『고개드는 여자』와 함께『샤나라의 부적』이 2위,『아인슈타인의 꿈』이 8위로 각각 새롭게 순위에 올라 읽을 만한 소설의 비중을 높였다.
태리 맥밀런의『고개 드는 여자』는 날로 복잡해 가는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과 실의에서 방황하는 흑인 남자들의 멍에를 떠 맡아야하는 흑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비소설 분야는 후버국장의 전기와 캐넌의 수상집이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클린턴의 국내치중 정책 때문인지는 모르나 국제문제를 다룬 책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베스트 10중에 다섯은 사람의 정신문제를 다룬 책들. 우연이긴 하겠지만 미국사람들의 지난 겨울 독서는 자신들을 살피기에 골몰했던 것 같다.
6위에 오른 후버의 전기『공무와 비밀』은 후버가 동성연애자였으며 여러 사람의 은밀한 비밀을 담보로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파헤쳤다. 7위에 새롭게 오른『험난한 언덕 주변』은 미국 최고의외교관 조지 캐넌이 세계와 그 미래를 향한 철학적 수상을 모은 책이다.
『1995년 파산』은 가중되는 정부의 부채, 절제를 모르는 미국시민들의 소비성향,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시책 등이 드디어 미국경제체제의 붕괴를 부른다는 경고와 동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 미국경제와 직결되어있는 우리 사정을 감안한다면 그냥 넘겨버릴 책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건강관리를 다루는 서적이 범람하고 있는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이젠 정신·영혼·심령 관리를 다루는 책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이번주 리스트만 보더라도 이런 책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6개월 이상이나 이 리스트에 올라 있는 두번째 『늑대와 같이 뛰는 여자들』은 여자만이 가지고 있는 영매를 다루고 다섯번째『조용한 변화』는 갱년기를 맞이하는 현대여성의 심리적·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섯번째『새끼돼지 피그렛의 덕』은 저자 호프의 십년전 베스트셀러『푸우의 도』가 서양사람들에게 도의 개념을 가르쳐준 데 이어 이번엔 덕의 개념을 설명해 주는 입문서. 그런데 이 모든 베스트셀러들을 압도할만한 새책이 최근 새로 등장했다. 그 책이 2위의『치유와정선』인데 의학의 새로운 경지인 치료와 환자 마음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신학을 전공한 존슨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평화봉사단단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PBC(미국교육방송)의 코엔테이터로 있는 빌모이어가 3년에 걸쳐 미국전역은 물론 중국까지 여행하면서 병을 고치는 사람과 환자와의 대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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