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400억대 여수 성심병원 내놓은 박순용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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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역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었습니다. 직원들이 이 병원을 자기 병원으로 생각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참된 의료기관으로 정착시켜 주기 바랍니다."

전남 여수시 둔덕동에 있는 2백95병상 규모의 의료법인 성심병원 박순용(朴順龍.61) 명예이사장이 최근 자산평가액 4백73억원(부채 64억원 포함)에 한해 매출액이 2백억원, 순이익이 7억~8억원에 이르는 이 병원과 부속기관을 직원들에게 넘겼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자신이 맡고 있던 법인 이사장직을 병원 신경외과장인 류춘식씨에게 넘기고 명예이사장으로 물러났다.

朴명예이사장은 "병원이 2001년 흑자전환된 이후 사회 환원을 검토해왔다"며 "시민들의 도움으로 커 온 만큼 시민들을 위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그동안 어려움을 참고 견뎌온 직원들에게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1983년 설립됐으나 부실경영으로 부도나는 바람에 88년 朴씨가 인수, 약 3백50억원을 들여 건실한 종합병원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동안 병원 내 환자와 가족을 위한 휴게공간이 확충됐고, 간호학원(96년).종합검진센터(96년).장례식장(96년).어린이집(99년).조리원(2002년) 등이 잇따라 건립됐다. 다음달에는 특수 건강진단과 작업환경을 측정하는 산업보건센터가 개설된다.

성심병원은 96년부터 매년 불우이웃 1백가구에 5천만원을 '사랑의 성금' 으로 전달하고 무료진료를 해왔다. 여수의 달동네와 낙도에도 매년 1억원씩을 들여 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朴명예이사장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68년 서울 수도공대(홍익대의 전신) 전기과를 나와 전기공사와 관련 자재 생산으로 재산을 모은 뒤 병원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는 "맨손으로 시작해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온갖 고생을 하면서 부(富)를 일구고 나니 이제 홀가분하게 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시절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배운 색소폰을 직접 들고다니며 한달에 1~2회 서울.광주.여수 사회복지회관을 돌며 경로잔치를 벌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잡지에 수필도 즐겨 싣는다.

한편 성심병원은 전문의료진 20명을 비롯한 2백68명 직원 대표로 병원장 정대관(내과전문의).부원장 김현철(방사선과 전문의).진료부장 임용순(마취통증의학과).사무국장 박종만씨 등을 뽑아 새 이사진을 구성, 병원 운영에 나섰다.

여수=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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