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재산공개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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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표·3역 발표내용 “모범답안 삼자” 부산/서화 등 추적힘든 동산 제외 아쉬움/재산많은 의원들 “경쟁자 음해” 걱정
민자당의 김종필대표와 당3역이 12일 직계가족의 재산을 공개했다. 이들이 먼저 재산을 공개함으로써 당내의 불만섞인 쑥덕공론은 이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소속의원·원외당무위원들은 「홍두깨에 몰리는 소처럼」 비록 흥은 나지않지만 공개채비를 갖추는 등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대표와 3역은 이날 재산을 공개하면서 「있는 그대로」라며 투명·성실신고를 강조했다. 따라서 뒤따를 의원 등은 이들이 공개한 요령을 기준으로 삼을 요량인데 눈에 드러나지 않는 동산 등이 제외된 것 등에는 적잖이 안심하는 표정들이다.
○평가기준 들쭉날쭉
○…김대표와 3역은 그들이 강조한 대로 나름대로 재산공개에 신경을 쓴것은 틀림없다. 직계가족의 부동산·예금 등 일부 동산·골프장회원권·승용차 등을 망라하고 재산가치의 산출내용도 함께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동산같은 것은 그 소재지·용도·면적 등을 한눈에 알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재산을 공개하자 「실제는 최소한 공개재산의 한배 이상은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우선 부동산의 평가기준이 시가와 상당한 격차가 있고 무형재산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경우 한 사람이 소유한 것이라도 공시지가(시가의 70∼80%),과세시가 표준액(토지는 공시지가의 21%),기준시가(시가의 90%) 등으로 들쭉날쭉 매겨졌다. 따라서 어느 것을 보더라도 실제 재산가치는 공개된 액수보다 한층 클 수 밖에 없다.
또 김종호정책위의장·김영구원내총무 등은 여러곳에 오피스텔 등 건물과 상가·임야 등을 소유하고 있음이 드러나 일부에선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서로 양심에 맡기기로 한 동산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예금·주식 등 추적가능한 항목에만 국한됐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서화에 조예가 깊은 김대표의 경우 재산이 공개되자마자 『소장하고 있는 렘브란트의 그림 하나만 해도 수억원을 호가할텐데…』라는 수군거림이 당장 튀어나왔다.
동산의 중요성은 80년 부정축재 조사결과를 보면 실감나게 느낄수 있다. 한 민주당의원은 당시 일부인사의 재산목록에는 1백돈쭝 순금제도검·50돈쭝 금송아지 등 각종 사치성 귀금속과 고려청자 등 골동품, 대원군의 난초그림 등 고서화가 쏟아졌다고 상기시켰다.
따라서 이번 재산공개에서 보석·골동품·서화·무기명채권 등이 제외된 것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세무사 감정사 동원
○…김대표와 당3역이 재산을 공개함에 따라 민자당의원들도 공개준비에 상당히 신경쓰는 눈치다. 많은 의원들은 12일 당사에 보좌관·비서관 등을 보내 김대표 등이 언론에 발표한 자료들을 입수하도록 했다. 재산공개의 기준으로 삼기 위해서다. 의원들은 또 국회감사관실에 등록된 재산목록을 챙기고 부동산에 대해서는 등기부등본을 떼느라고 부산을 떨고 있다.
잠시 세무사·감정사를 고용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회사를 가진 의원들은 회사 경리·회계부서에 공개준비를 맡기는 등 나름대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재산공개와 관련,최우선의 관심거리는 아무래도 누가 제일 많은 재산가이냐는 점이다. 여기에는 ▲독과점 기업인 동일고무벨트를 경영,부산최대의 현금동원능력과 상당한 부동산을 가진 김진재의원 ▲역시 대단한 재력가로서 지난 80년 신군부에게 빼았겼던 서울 한남동땅 8천5백여평(시가 약4백억원 추산)을 소송끝에 되찾은 정해영 전국회부의장의 아들 정재문의원 등이 제일 먼저 손꼽히고 있다.
돈 많은 의원들이 재산을 공개한 뒤 공통적으로 염려하는 것은 역시 경쟁자들의 음해 등 유언비어와 지역구민의 손벌리기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것은 실사가 안된 만큼 국민의 검증은 더더욱 까다로울지 모른다는 점이 아닐까.<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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