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직은 전화동전 수거원|주경야독으로 행시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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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신임 이원종서울시장 (51)은 지난63년 체신전문대를 졸업한 후 공중전화 동전 수거원으로 일하면서 행정고시에 합격, 30여 년만에 수도서울의 총 사령탑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첩첩 산골인 충북 제천군 봉양면 미당리에서 태어난 이시장은 「칡뿌리를 캐먹거나 소나무껍질을 벗겨먹을 정도」의 가난을 겪으면서 자랐다.
때문에 60년 충북 제천고 졸업 후 겨우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국비장학금이 지급되는 2년 제 체신전문대에 입학했다.
졸업 후 의무 규정에 따라 서기보로 첫 발령 받은 근무처는 광화문 우체국. 이시장은 이곳에서 4년 동안 시내 곳곳에 설치된 공중 전화함을 열어 동전을 수거하는 일을 했다. 체신전문대 재학시절 이시장의 꿈은 제천 우체국 장이 되는 것.
그러나 이시장은 우체국서기보로 일하면서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성균관대 행정학과 야간부에 입학, 67년 제4회 행정고시에 당당치 합격했다. 같은 해 사무관으로 서울시에 발을 들여놓은 후 타고난 근면성과 친화력으로 고속승진을 거듭, 주택· 보사·교통· 내무국장, 용산·성동·강동·동대문구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도시관리행정의 제1인자」 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교통국장 재직시인 88년 격렬했던 지하철파업을 무난히 잠재우는 협상솜씨를 발휘, 「서울시의 해결사」 란 별명을 얻기도.
이 같은 행정능력을 인정받아 내무국장 재직시인 91년 청와대행정비서관으로 발탁됐고 1년 후 고향인 충북도백이 되어 금의 환향했다.
그리고 서울시를 떠난 지 2년만에 시장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복마전으로 불리는 서울시요직을 두루 거치면서도 비교적 흠 없이 일해온 깨끗한 관리였다는 것이 후배공무원들의 평.
충북지사 재임 시에는 비서실직원들도 모르게 극비리(?) 에 딸을 결혼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내무부에 볼일이 있어 서울 간다』 고 속이고 가족끼리 조촐한 결혼식을 치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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