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고리 끊자” 장관들 앞장/「국무위원 윗물맑기 결의」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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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직사회 넘어 민간부문으로 확산 불가피
바람직한 공직상을 정립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새로워졌다. 과거의 부정부패 척결운동은 대민 업무가 많은 하위직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통치자나 고위공직자는 도덕적으로 흠 잡을데 없이 일해왔으나 말단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심각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역대정권이 공직사회의 부정척결을 내세웠지만 그때마다 하위직 몇명이 옷을 벗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정권출범 초기의 한파만 지나면 또다시 공직사회의 부패가 사회적 관심사로 재부상하곤 했다.
김영삼정부는 이같은 문제인식에서부터 사정에 착수했다. 제일 꼭대기의 대통령이 저지를 수 있는 부정부터 우선 원천봉쇄해 놓고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부정부패에 전임 대통령들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먼저 재산을 공개한 다음 어떤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실천만 되면 가위 혁명적인 변화다.
김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은 대통령이 먼저 그 고리를 끊고 그다음 높은 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김 대통령이 제기한 「윗물맑기운동」의 핵심이다. 황인성내각은 대통령의 이같은 의지에 따라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무위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따라서 과거처럼 새로운 복무지침을 만들어 하위직 공무원들을 몰아세우기보다 국무위원들이 깨끗하고 밀도있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국무위원들이 격려금을 주고 받지 않기로 결의하고 사무실 크기도 줄이고 밀도 있는 근무를 벌여 나가면 하위직이나 지방공무원들이 이에 호응해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향에 대해 하위직 공무원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에 공무원사회라고 무관한 것은 아닙니다. 이문옥 전 감사관,한준수 전 연기군수 등의 예에서 보이듯 과거처럼 무조건 명령에 복종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위에서 솔선하지 않을때 그들의 명령에 마음속으로부터 승복할 공무원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공직사회의 부정척결에 도덕적인 접근을 중시하기로 한데는 이미 공무원들의 급여수준이 민간부문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자신감에서도 비롯된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공무원들의 급여는 국영기업체의 87% 수준이라고 잠정집계 돼있다. 따라서 과거 정권이 주지 못했던 보람과 자긍심을 공무원들에게 준다면 그들이 신한국창조에 적극 동참할 수 있는 동기는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국무위원들이 솔선할때 이같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민간부문으로도 확산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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