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비상/미국 어린이 3명 사망(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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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쇠고기에서 악성 대장균 감염/어린이 4백50명 피섞인 설사
『대장균이 득시글거리는 햄버거를 조심하세요.』
즉석식품의 본고장 미국은 물론 러시아와 쇠고기를 먹지 않은 인도에까지 파급되고 프랑스의 자존심 에펠탑앞에까지 진출을 노리는 등 전세계 어린이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햄버거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미국에서는 워싱턴·오리건·아이다호·네바다주 등에서 햄버거를 먹고 어린이들이 숨지는 등 「햄버거병」으로 야단법석이다.
이달만해도 대부분 10세이하의 어린이들인 4백50명 가량이 피가 섞여 나오는 설사로 고통을 겪어 3명의 어린이가 숨졌으며 위독한 상태의 어린이도 몇명이나 됐다.
이 어린이 환자들의 93%가 햄버거를 먹고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시애틀에 있는 어린이 전문병원의 위장병 전문의사 필립 타르·데니스 크리스티는 워싱턴주 각 지역 의사들로부터 『아이들이 피가 섞인 설사를 심하게 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빗발친 문의전화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즉각 자신들의 병원내 응급실에서 이같은 경우가 있는지 알아봤다. 역시 3명의 어린이가 같은 증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악성 대장균 O157:H7 감염으로 밝혀졌다.
타르와 크리스티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워싱턴주 보건당국에 통보했고 보건당국은 어린이환자들이 밴스사에서 햄버거 고기를 공급받는 즉석식품 체인점 「잭 인 더 박스」에서 이 대장균에 감염된 햄버거를 먹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체인점측은 『오염된 고기를 공급하는 공급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밴스사에 고기를 공급한 10여개 도살장에 대한 일제검사가 시작됐다. 이처럼 미국 전역을 「햄버거병」으로 들끓게 하고 있는 악성대장균 O157:H7은 불과 11년전에 발견됐다.
86년에도 워싱턴주에서 이 대장균이 든 음식물 유통으로 2명의 여성이 숨지고 17명이 입원한 적이 있었으며 이후 폐해가 속출,보건관계자들은 매년 2만명 이상이 이 악성대장균 감염으로 인한 피섞인 설사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이 대장균은 감염된 소를 도살하거나 비위생적인 요리과정에서 혹은 배설물에 더럽혀진 손에 의해 사람에게 옮겨지는데 어린이·고령자층에서 병을 일으키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햄버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경우 심하면 요독증·신장병·뇌손상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숨지고 책임문제가 제기되자 연방정부측도 당황,마이크 에스피 농무장관은 『육류검사 프로그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소비자·육류 공급자·정부,그 누구도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검사원을 더 많이 투입하고 대장균 감소를 위해 유기물 소독기를 권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장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의 유통과정은 길다.
아무리 정부가 검사제도를 개혁한다 하더라도 세균이 식탁에 오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우려가 높다.
아무튼 햄버거가 전세계 어린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한 「햄버거병」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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