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 고서 복사배포 의사 조봉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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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의사 조봉신씨(63·성남 조봉진이비인후과의원)는 자신의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수년째 고서를 복사해 나눠주고 있다. 『우암대감계녀서』『효경대의』『오륜원리』등 그가 지금까지 무료 배포한 고서 복사본은 총 1천여권. 이들 배포 고서중『우암대감계녀서』는 송시열선생이 결혼을 앞둔 처녀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지은 책으로 읽기 쉽게 한글로 쓰여있어 특히 잘 나간다는 것.
조씨가 고서 복사본 배포를 시작한 것은 선인들의 지혜가 듬뿍 담긴 책들을 혼자 보기 아까웠기 때문. 그는『고서는 손으로 정성들여 만든「한식」같다』며『현대서보다는 아무래도 깊은 맛이 앞선다』고 말한다.
조씨 소장의 고서는 모두 7백여종. 이중『상애비요』(1631년 출간)·『묘법연화경』(1635년)같은 휘귀본을 비롯, 『사서삼경』80권 일체본 등「무게있는」고서도 적지 않다.
그가 고서를 찾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중반. 단순 수집이 아니라 읽을거리를 구하면서부터였다.
조씨는『40대 중반이 되니 서당 훈장이셨던 조부로부터 어릴 적 한문수업을 받으며 읽었던 책들이 새삼 그립더라』고 말했다.
조씨는『고서는 읽을 때마다 뜻이 새롭게 다가온다』며『고전 읽기와 인격은 정비례관계』라고 말한다. 『효경대의』는 그가 특히 좋아하는 책으로 수십번 이상 읽었다는 것.
그는 매일 새벽 2시간쯤 규칙적으로 고서를 읽는다고. 한편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 서화 솜씨를 가진 그는 고서를 읽다 좋아하는 문구가 나오면 이를 화선지에 글이나 그림으로 옮기는 등 고전을「입체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조씨는「책은 꼭 읽어야할 사람이 봐야 가치가 있다」는 나름대로의 독서관을 갖고 있다. 그가 무료로 배포하는 복사본 고서도 이런 기준에 입각해 관상보고 얘기해 보고, 읽어 도움이 될만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건네준다는 것.<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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