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알뜰살림 홀로서기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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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순수 경기인 출신들로 회장단을 구성한 조정협회(회장 서승벽)가 알뜰한 살림과 의욕적인 사업추진 등으로 홀로서기에 합격, 대기업 회장의 재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여타 단체들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
만년 비인기 종목, 그 결과로 이어지는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 부진 등 딱히 즐거울 일이 없던 조정협회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심각한 재정난에까지 맞닥뜨리게 된 것은 92년초.
근 20여년이 넘게 협회를 이끌어온 홍형표(홍형표·제일빌딩대표·현명예회장)회장이 1년여의 임기를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데다 재력있는 유지수(유지수)당시 부회장의 회장 영입마저 무산돼 자칫 사고 단체로의 전락까지 우려됐었다.
그러나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조정인들은 이때부터「우리 힘으로 한번 해보자」고 일치단결, 마침내 92년 세입·세출표상에서 5백여만원을 남기는 흑자 운영을 일궈냈다.
약 3억8천만원에 이르는 한해 살림살이에서 국고보조 등을 빼고 회장단이 찬조하던 액수는 이제까지 약 1억2천여만원.
92년 홍회장의 사퇴로 이만한 돈을 마련해야 했던 조정협회는 새 회장으로 추대된 64년 도쿄올림픽감독 출신 원로 서승벽씨를 중심으로 3명의 부회장(한영준·이종호·이은산)과 13명의 이사들이 한푼 두푼의 정성으로 당초 예산보다 3천만원이 넘는 1억5천여만원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부회장으로 인준 받지도 못한 이원철(이원철·치과의사)씨가 1천3백만원을 선뜻 내놓았는가 하면 마산중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안종득(안종득)씨가 자신의 명의보다 후원회의 이름을 빌려 8백만원을 지원, 후배 조정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러나 홀로서기 2년째를 맞는 올해 조정협회의 욕심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의 안정을 발판으로 오는 10월 서울에서 벌어지는 제5회 아시아조정선수권대회에 북한을 꼭 초청, 한국 조정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는 각오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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